‘사망한 모친 빚’ 자녀들이 상속 포기했다면 “채무도 손자녀가 공동상속” 판결… 사실 안뒤 석달내 포기신청 가능 일각 “채무자 먹튀 우려” 지적도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채권자인 A주식회사가 이모 씨(여·사망)의 손자 이모 군(9) 등 3명을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 상고심에서 이 군 등이 공동상속인으로서 채무 상속이 인정된다는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A사가 2010년 8월 사망한 이 씨에게서 돌려받지 못한 금액은 모두 6억4178만 원. A사는 상속권자인 이 씨의 남편과 자녀를 상대로 빌린 돈을 갚아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자녀들은 이 씨가 사망한 지 한 달 후에 법원에 상속 포기 신청을 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자, A사는 이 씨의 손주도 상속권자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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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대법원은 이 판결로 예상치 못한 채무를 떠안게 된 이 군 등이 상속 포기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법원은 “이 군 등이 할머니가 숨진 뒤 자신들의 부모가 상속을 포기했다고 해서 자신들이 상속인이 된다는 사실까지 알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 군의 부모 역시 판결 선고 전까지 이 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인정할 여지가 충분한 만큼 민법에서 정한 상속 포기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민법에서는 상속 개시를 안 날로부터 3개월 내에 상속 포기를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3개월 안에 이 군 등 3명은 별도의 소송을 통해 자신이 상속인임을 몰랐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채무를 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직계존비속의 전원 상속 포기로 인해 속칭 ‘먹튀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손주와 배우자까지 상속 포기를 신청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차용증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되기 때문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