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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정아 설득에 다시 붓 잡아”… 신정아 “선생님 덕분에 신장개업”

입력 | 2015-05-25 03:00:00

석왕사 ‘조영남 전시회’ 기획 신정아씨 8년만에 큐레이터 재기




22일 경기 부천시 석왕사 천상법당에 마련된 전시회를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씨(오른쪽)와 신정아 씨가 둘러보며 얘기를 나누고 있다. 부천=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2일 오후 경기 부천시 석왕사의 천상법당. 전시회 ‘조영남이 만난 부처님’이 열리는 법당에 들어서니 흥미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화려한 화투 옷을 입고 불교를 상징하는 만(卍)자형 십자가를 든 조영남의 얼굴이 그려진 작품이 보였다. 비슷한 스타일의 작품에는 석왕사 주지 영담 스님은 물론이고 그의 은사이자 쌍계총림 방장인 고산 스님까지 등장한다.

이 ‘무엄한’ 전시회는 가수이자 화가인 조영남 씨(70)와 2007년 학력 위조사건 및 변양균 당시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스캔들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신정아 씨(43)의 합작품이다. “주인공은 조 선생님”이라며 나서지 않으려는 신 씨를 설득해 공동인터뷰를 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6월 13일 오후 4시에는 작가와의 대화가 마련돼 있다.

○ “정아야, 난 그림 그만둬야겠다.”

1997년 두 사람은 작가와 큐레이터 초년병으로 첫 인연을 시작했다. 지난해 초 두 사람은 황금빛 화가로 불리는 구스타프 클림트 전시회를 관람했다. 당시 조 씨가 “내가 ‘백날 그림을 그려도 도저히 따라갈 수 없겠다. (그림을) 접어야겠다”고 한탄하자 신 씨는 “선생님 작품에는 클림트나 피카소에게 없는 재미와 위트가 있다”며 힘을 북돋아줬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말 올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법당에서 전시회를 하자는 신 씨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화투 그림을 법당에 걸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던 조 씨는 신 씨의 소개로 3월 영담 스님을 만났다.

“평소 나도 파격이고 확 깨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스님은 나보다 한 수 위였어. 법당 전시회 하자는 신정아의 말이 ‘구라’가 아니더라고.”(조영남)

○ 팔자 드세기로 유명한 신정아 큐레이터

전시회 인사말에 적혀 있는 조 씨의 신 씨에 대한 표현이다. 이번 전시회는 신 씨에겐 8년 만에 맡은 첫 큐레이터 작업이다. 이날 인터뷰에서 두 사람의 얘기는 거침이 없었지만 배려와 유머가 가득했다.

조 씨는 “법당 전시회의 디스플레이를 보니 ‘역시 신정아’라는 말이 나온다”며 “신 씨의 ‘신장개업’에도 도움이 돼 좋다”고 말했다.

신 씨는 “가수 조영남이라는 편견에 가려져 있지만 정말 창의적인 작가”라며 “2007년 제 ‘사건’이 터졌을 때 혼자 ‘신정아는 그런 사람 아니다’라고 해줬다”고 말했다.

대화의 마지막 주제는 앞으로의 계획이었다. 이들의 답은 입을 맞춘 듯 ‘무계획이 계획’이었다.

“몇 시간 후 뇌진탕으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런 것 생각 안 해요. 순간순간 재미있게 살도록 최선을 다해야죠.”(조영남)

“저야말로 계획 없어요. 선생님과 영담 스님 덕분에 신장개업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요.”(신정아)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