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여전사’로 불렸던 이경원 코치(오른쪽 끝)가 14일 중국 둥관에서 진행 중인 제14회 세계혼합단체배드민턴선수권대회 말레이시아와의 8강전을 앞두고 선수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훈련하고 있다. 둥관(중국)|이경호 기자
올림픽·전영오픈까지 휩쓴 세계적 선수
대표팀 코치후 자상함으로 눈높이 지도
“최고 선수들, 내 역할은 그들을 돕는것”
선수시절 그녀에게 코트는 투혼의 장이었다. 그녀의 경기는 언제나 뜨거웠다. 작은 키(160km)에도 불구하고 라켓만 잡으면 뿜어 나오는 아우라에 장신의 유럽선수들도 기가 죽었다. 빠른 스피드와 온 몸을 날리는 투지, 영리한 경기 운영, 그리고 절대지지 않겠다는 강한 승부욕까지 나무랄 데가 없었다. 그 결과 올림픽 은메달과 동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세계선수권 우승, 전영오픈 우승까지 따내며 최고의 선수가 됐다. 또 대표팀에서 어린 후배들의 든든한 맏언니 역할을 맡아 한국배드민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끝으로 은퇴한 배드민턴대표팀 이경원(35) 코치의 이야기다. 이 코치는 2008베이징올림픽 여자복식 결승에서 아쉬운 판정, 중국 관중의 일방적 응원 속에 경기 초반 발목 부상까지 당했지만 극심한 고통을 참으며 2세트를 더 뛰었다. 그녀가 얼마만큼 치열하게 코트에서 싸워왔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던 장면이다.
‘제2의 이경원’이 빨리 나와야 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아니다. 한국 셔틀콕을 위해선 ‘제2의 이효정(삼성전기 코치)’이 나와야 한다. 복식 파트너였지만 정말 배울 점이 많은 선수였다. 많은 선수들이 또 한명의 이효정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각국 대표팀 감독, 코치, 선수들은 여전히 이 코치의 투혼을 기억하고 있다. 그 DNA가 한국선수들에게 전해지는 것을 경계할 정도다. 이 코치는 “선수 때는 지는 게 정말 싫었다. 그 다짐을 상대방이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조금의 아쉬움이나 후회 없이 선수생활을 했다. 이제 더 훌륭한 선수가 나올 수 있도록 또 한번 후회 없이 노력하겠다”며 미소를 지었다.
둥관(중국)|이경호 기자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