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막을 내린 2014~2015 프로배구 V리그는 역대 최고의 흥행을 기록했다. 총 관중은 역대 최다인 49만8421명으로 지난 시즌(41만6288명)보다 20% 가까이 늘었다. 남자부 경기는 사상 최초로 평균 시청률이 1%를 넘었다.
하지만 한국배구연맹(KOVO)은 변화를 택했다. KOVO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애너하임에서 여자부 외국인 선수 선발을 위한 트라이아웃을 실시한다. 참가자격을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교 졸업예정자 및 해외리그 3년 이하의 선수경험자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지난 시즌까지 국내 팬들에게 친숙했던 니콜(도로공사), 데스티니(IBK기업은행), 폴리(현대건설) 등은 다시 볼 수 없게 됐다.
멀쩡한 판을 왜 흔들려 하느냐는 질문에 KOVO 관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올라가긴 힘들어도 떨어지는 건 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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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배구는 ‘몰빵 배구’가 대세다. 잘 뽑은 외국인 선수가 펄펄 날면 좋은 성적을 냈지만, 그렇지 않으면 하위권으로 떨어졌다. 외국인 선수 연봉 상한선(28만 달러)은 유명무실해진지 오래였다. 점점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서라도 특급 외국인 선수 선발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몇몇 구단에서는 외국인 선수 1명의 몸값이 나머지 한국 선수 몸값 전체와 맞먹기도 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한국 선수들의 기량 저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한국 선수들은 외국인 선수에게 공을 띄워주는 데 급급해졌다. 기회가 와도 공격을 하려 하지 않는다. 시도하지 않으니 실력이 늘 수가 없다”고 했다.
이달 중순 열린 한국과 일본의 우승팀이 맞붙은 탑매치 대회에서 이 같은 현상이 확연히 드러났다. 한국 선수들(평균 178cm)보다 평균 신장이 적은 일본 선수들(173cm)은 작은 키에도 연신 강 스파이크를 때려댔다. 결과는 한국의 0-3 완패였다.
트라이아웃과 함께 외국인 선수의 연봉 상한선을 15만 달러로 낮추면서 당장은 리그의 질적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단기간에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좋아지기도 힘들다. 많은 팬들이 우려를 나타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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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