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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한국 ‘核연료 농축-재처리’ 첫발 떼다

입력 | 2015-04-23 03:00:00

한미원자력협정 41년만에 개정 타결
미국산 우라늄 20%까지 저농축 가능… 사용후 재처리 위한 첫단계 연구 허용
추가협상하고도 완전한 권리 못얻어… 朴대통령 “우리 국익 최대한 반영”




협상 4년 6개월만에 가서명 박노벽 원자력협정 협상대표(오른쪽)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가서명한 뒤 합의문을 교환하고 있다. 한국이 핵연료를 농축하고 재처리할 수 있는 길을 터놓은 이번 협정은 4년 6개월이 넘는 협상의 결과물이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한국이 제한적인 방식이지만 우라늄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또 미국산 핵물질 등을 제3국에 이전하는 문제에도 포괄적인 동의를 받아 원전 수출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박노벽 원자력협정 협상대표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양국을 대표해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한미 원자력협력협정에 가서명했다. 한미가 2010년 10월 첫 협상을 시작한 지 4년 6개월 만이다. 양국 대통령의 재가와 본서명, 의회 비준동의 등 후속 절차가 끝나면 1974년 발효된 종래 협정은 새 협정으로 대체된다.

이번 협정으로 한국은 미국의 사전 동의 규정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했던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연구를 부분적으로 할 수 있게 됐다. 농축 우라늄과 핵연료 재처리 때 나오는 플루토늄은 핵폭탄의 원료로 사용된다. 이 때문에 미국은 대만 등 다른 나라와 원자력협정을 맺으며 농축, 재처리 권리를 포기한다는 ‘골든 스탠더드(표준문안)’를 관철시켰다. 하지만 한미는 미국산 우라늄을 20%까지 농축할 수 있도록 했다. 한국 외교부 차관과 미국 에너지부 부장관이 수석대표인 상설 고위급위원회가 설치돼 이 문제를 협의한다.

사용후핵연료를 이용한 전해환원(electro-reduction) 연구에 대한 장기 동의도 확보했다. 이는 한미가 2011년부터 10년간 공동 연구하는 파이로프로세싱(건식 재처리) 방식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또 새 협정은 한국이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인 몰리브덴(Mo-99)을 생산, 수출하는 길도 열었다. 수입에 의존하던 암 환자에 대한 핵의학 진단이 국내 기술로 가능해졌다.

중남미를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협정에 대해 “우리의 국익이 최대한 반영된 것”이라며 “한미 간 새 원자력 협력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리퍼트 대사는 “이번 협정은 한미 간 포괄적 글로벌 파트너십과 성장하는 교역관계, 양국민의 유대 위에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이 농축·재처리에 대해 완전한 권리를 갖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협상 결과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3년 4월 종래 협정의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고 추가 협상을 벌일 만한 가치가 있었느냐는 비판도 있다.

40여 쪽 분량의 새 협정은 전문과 21개 조항의 본문, 협정의 구체적 이행과 한미 고위급위원회 설치에 관한 2건의 합의의사록으로 구성됐다. 한미는 협정문을 본서명 이후 공개할 예정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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