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0년 4월 22일
최근 몇 년 사이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들의 ‘프리랜서 전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연예인들의 프로그램 진행과 맞물린 ‘위상의 하락’도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과거 아나운서들의 모범으로 불리며 지적인 진행의 한 표본이 되었던 이가 있다. MBC 차인태(71·전 디지털서울문화예술대 석좌교수·사진) 아나운서다.
“목소리나 용모뿐 아니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시청취자의 대상에 따라 자연스럽게 프로에 동화된다”(1978년 11월11일자 경향신문)는 평가를 받은 그가 1990년 오늘, MBC ‘장학퀴즈’ MC 자리에서 떠났다. 제27기 장원전으로 850회 방송이었다. 1973년 2월18일 첫 회부터 무려 17년 2개월 동안 ‘장학퀴즈’를 진행한 뒤였다. 일주일 뒤 손석희(현 JTBC 보도담당 사장) 아나운서에게 바통을 넘겼다.
차인태 아나운서는 당시 MBC 아나운서실장으로 일했다. 관리자로서 자신의 직무를 소홀히 할 수 없고, 진행자를 교체해 프로그램에 변화를 주자는 결단으로 ‘장학퀴즈’ 진행을 멈췄다.
1993년 기네스북에 최장수 TV프로그램으로 등재된 ‘장학퀴즈’는 그러나 1996년 10월20일 1162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청률이 저조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이후 1997년부터 EBS의 전파를 타고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