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국내 도입을 앞둔 ‘크라이슬러 200’을 미국 디트로이트 현지에서 시승해 본 뒤 약 3개월이 흐른 지난 9일 FCA코리아에서 진행한 언론 시승회를 통해 다시 한 번 그 차를 만났다. 인천 송도를 출발해 영종도를 경유 후 서울 역삼동에 이르는 약 80km 구간을 크라이슬러 200의 운전대와 마주했다.
낯설었던 미국에서 첫 경험은 손바닥처럼 익숙한 서울과 인천을 오가는 코스로 바뀌고 디트로이트와 서울에서 만난 크라이슬러 200은 동일한 이름표를 달았지만 지나버린 시간과 변해버린 여건만큼 색다른 느낌을 전달했다.
크라이슬러 200의 무기는 경쟁모델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동급 최대의 안전장치로 사고 후 피해 최소화 뿐 아니라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주행을 위한 편의사양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짧았던 디트로이트의 첫 경험에서 승차감과 달리기 성능 같은 기본기 평가를 위주로 했다면 이번 시승에선 한국인 입맛에 맞게 개량된 한국식 크라이슬러 200을 경험했다.
이는 사실상 차급을 뛰어넘는 장비로 상위 라인업에서나 찾아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미국현지에서 기본형 200LX 부터 200리미티드, 200S, 200C 등으로 나뉜 트림 중 최상위 모델에 장착된 선택품목이다.
국내 출시된 크라이슬러 200의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187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2.4리터 멀티에어2 엔진이 들어갔다. 여기에 로터리 기어 변경 노브가 적용된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해 복합 연비는 10.9km/ℓ 수준을 획득했다.
200의 주행감은 스포츠카 브랜드 알파 로메오의 플랫폼을 기본으로 한 탓에 단단한 하체를 바탕으로 고속주행에서 발휘되는 안정성이 장점이다. 하체는 물론 스티어링 휠의 반응은 차체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민첩함이 돋보인다. 특히 동급 최초로 적용한 9단 변속기는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부드러움을 특징으로 정지 상태에서 120~130km/h에 이르기까지 촘촘하게 구성된 기어비와 함께 효율성을 중점으로 세팅됐다. 이번 시승을 마친 뒤 200의 실연비는 총 200km를 주행 후 14.29km/ℓ를 보여 비교적 만족스러운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내비게이션의 경우 구글맵을 접하듯 쉽게 알아볼 수 없는 디자인으로 빈번하게 길을 잃는 순간이 찾아와 운전자를 당황시킨다. 또한 경로를 이탈할 경우 새로운 길을 안내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려 답답하다. 실제로 이날 시승에서 인천 영종도 일대에서 ‘개미지옥’을 연상시키는 경로 안내로 인해 동일한 길을 몇 바퀴씩 돌아야 했다.
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