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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규태 컨테이너’ 속 軍내부문건에 출력자 이름도 적혀

입력 | 2015-04-04 03:00:00

대부분 2, 3급 군사기밀 가능성… 軍내부 공모자 밝힐 핵심단서




방위사업 비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6·사진)의 ‘비밀 컨테이너’에서 검찰이 확보한 압수품 중에 출력자 이름이 적힌 군 내부 문건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군사기밀이나 군 대외비 문건은 내부 공모자 없이는 유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건을 유출한 군 내부자를 찾는 수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사업을 중개하면서 1101억 원대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3일 방산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지난달 26일 경기 의정부시 도봉산 기슭 컨테이너 야적장에서 발견한 일광 측 컨테이너에는 출력자의 이름이 적혀 있거나 이름을 지운 흔적이 있는 군 내부 문건이 다수 있었다. 이 문건들은 방위사업청이나 군 관계자가 출력해 일광 측에 건넸거나 출력자 몰래 다른 군 내부 협조자가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 어떤 경로든 군사기밀 등 내부 문건의 유출 경로를 파헤치는 합수단 수사에 주요 단서로 쓰일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이 군사기밀에 해당하는지는 군의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대부분 2, 3급 군사기밀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군과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접근이 극도로 제한돼 있는 1급 기밀까지 포함돼 있을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일광공영의 ‘비밀 컨테이너’에는 군 관련 문서와 사진 등이 담긴 SD카드 4, 5개를 비롯해 △연예인 K 씨와 이 회장 측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러시아와의 방위사업 거래 문서 △중장기 무기 계획서 등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광그룹 계열사인 일광폴라리스 소속 연예인이던 K 씨는 2011년경 소속사와 행사 비용 및 계약을 놓고 분쟁을 벌이다 소속사를 따로 차렸다. 일각에선 이 회장이 K 씨와의 분쟁에 대비해 대화를 ‘녹음 파일’로 바꿔 보관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그동안 이 회장의 장남과 차남을 수차례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했다. 이 회장의 차남이 운영 중인 일광공영의 계열사 일진하이테크는 ‘러시아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합수단은 압수물에 대한 정밀 분석 작업을 마친 후 차남의 사업과 압수한 문건의 연관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