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길 여는 총장들
이 중 혁신을 내건 대학들은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미래 대학의 밑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점이 있다. 대학사회를 둘러싼 변화와 대학 본연의 가치를 두루 고민하는 대학 총장의 역할은 위기일수록 더욱 큰 빛을 발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들 국내 유수 대학의 총장들에게 우리 사회와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물었다. 총장들이 추구하는 대학의 모습을 통해 우리 대학사회와 국가의 미래를 진단했다.
좁은 틀 벗어나 사회 변화에 발맞춰야
이영무 한양대 총장은 “기존 대학의 창업 교육에 글로벌 감각을 더할 경우 대학 경쟁력은 더 높아진다”라고 말한다. 이 총장은 중국 유학생과 재학생의 동반 창업을 지원하는 한편으로 미국과 중국에 한양대 산학협력기지를 세우며 대학부터 주요 2개국(G2)시대에 대비할 것을 주문하고 나섰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공과대학 신설 계획을 거듭 밝힌 황선혜 숙명여대 총장 역시 인상적이다. 숙명여대는 여성 창업가를 길러내는 교육에서도 두각을 드러낸다. 엔지니어와 창업가는 여성과 맞지 않는다는 편견을 깨면서 여대라는 핸디캡도 극복했다. 취업률을 높이기 위해 청주대 황신모 총장은 회사의 비즈니스 예절을 사전 교육하는 ‘가상기업 신입사원’교육을 도입했다. 기업이 신뢰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목표다. 신구 세종대 총장도 취임 이후 ‘창업과 기업가정신’을 심어주는 교육을 강화했다.
특성화 통해 경쟁력 확보한다
특성화를 통해 선제적인 체질개선에 나섰던 대학들은 경쟁력을 갖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냈다. 이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이에 따른 대학 구조개혁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에 앞서 대학이 먼저 혁신할 것을 조언한다.
기존 학교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특성화를 꾀하는 대학도 있다. 이화여대가 대표적이다. 최경희 이화여대 총장은 내년부터 신산업융합대학을 설립해 여성 친화적이면서도 삶의 질 향상에 부합하는 분야 특성화에 박차를 가한다. 미래 유망 전공분야 여성인재 육성에 나선 것이다. 학교 특성화를 통해 사회 문제 해법을 모색하는 대학들이 눈길을 끈다. 중독치료를 전문으로 건강과학 특성화 사업을 이끌고 있는 삼육대 사례가 그렇다. 김상래 삼육대 총장은 첨단도시농업 특성화도 이끌고 있다.
노건일 한림대 총장은 우리 사회의 화두인 인구고령화에 대응하는 대학의 역할에 주목했다. 한림대는 ‘의료생명 융복합 분야’를 집중 육성하면서 의학과 생명과학, 인문학의 역할을 종합해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김성혜 한세대 총장은 최근 개인정보 침해, 산업기술 유출 등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범죄에 대비해 융합보안 전문인재 양성에 나섰다.
유기풍 서강대 총장은 대학과 산업, 지역이 연계된 기업가형 대학으로 특성화 방향을 잡았다.
여전히 참된 인재 길러내는 역할은 중요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대학생들이 ‘개척하는 지성’을 가진 인재로 거듭나줄 것을 당부했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열어가는 개척정신은 미래에도 중요하다는 의미다.
김중순 고려사이버대 총장은 “창조와 봉사 정신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대학”이라고 말한다. 강성모 KAIST 총장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과학도들이 밤새 불을 밝히는 학교”를 바람직한 학교의 모습으로 꼽았으며 포스텍 김용민 총장은 ‘인성을 갖춘 인재’를 학교 인재상 중 하나로 꼽았다. 실력과 인성, 열정을 갖춘 인재를 길러내겠다는 다짐이다.
기초학문으로서 인문학의 가치를 강조하는 총장들도 눈길을 끌었다. 한헌수 숭실대 총장은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전 독서교육을 강화했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총장 역시 올해 취임 직후 “인문학과 다른 학문의 융합이 활발히 이뤄지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