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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경제 과외’ 받는다며 박승 총재 불러놓고 귀 막은 새정연

입력 | 2015-03-24 00:00:00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가 어제 새정치민주연합이 마련한 초청간담회에 참석해 “국민과 후손들이 일부를 부담하게 되어 있는 공무원연금은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면서 “야당이 개혁에 소극적인 인상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유능한 경제정당’을 표방하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경제 과외’를 받겠다며 박 전 총재를 초청해 이뤄진 행사였다. 이날 그는 “고소득층의 무상보육 무상급식비는 고소득층이 부담하게 하고, 노인과 빈곤층 생계 지원은 소외된 사람을 더 지원하는 선별 복지를 늘려 나가야 한다”며 새정치연합의 기존 노선을 바꿔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그러나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는 박 전 총재의 문제 제기에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문 대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를 언급하며 “취임 당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더니 MB(이명박) 정부의 낡은 지도에 나온 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신들은 변하지 않고 남에게만 개혁을 요구한 셈이다.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 대타협기구의 활동 종료일이 28일로 임박했으나 자체적인 개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반면 “여당의 ‘구조개혁’ 방안으로는 논의가 안 된다”며 정부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작년 11월 새누리당이 내놓은 의원입법 법안이 사실상의 정부안이자 여당안이었다. 야당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시간을 끌면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노조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문 대표는 4·29 재·보선을 ‘서민의 지갑을 지켜주는 정당’ 개념으로 치르겠다며 부쩍 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경제는 입으로 살릴 수 있는 게 아니다. 파산으로 치닫는 재정구조 때문에 한시도 미룰 수 없는 공무원연금 개혁을 외면하면서 경제를 얘기할 수는 없다. 재원 한계에 부닥친 무상복지의 수혜 대상을 저소득층 위주로 재조정하는 복지구조 개혁도 시급하다. 문 대표는 그제 “우리 당은 여의도 낡은 정치에서 벗어나 경제 정당으로 일신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 이 말을 실감하려면 개혁의 고통을 회피하는 새정치연합의 ‘낡은 경제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