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연구원의 신임 원장에 박근혜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인 신성환 홍익대 교수가 4일 내정됐다. 한국금융연구원은 금융회사 22곳이 출자한 민간 기관이지만 공공연하게 정부의 낙하산이 내려갔다. 신 교수는 2012년 박근혜 후보 측의 국민행복추진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최근 물의를 일으켜 일괄 사퇴하기로 한 KB금융 사외이사 출신이다.
5일에는 KB캐피탈 사장에 ‘서금회’(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 회장을 지낸 박지우 전 국민은행 부행장이 선임됐다. 지난해 금융권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KB 내분의 핵심 당사자인 그는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고 물러난 뒤 불과 3개월 만에 계열사 사장으로 당당하게 복귀했다.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정면충돌한 KB 내분 사태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의 관피아(관료+마피아) 간에 알력이 생긴 게 발단이 됐다. 이 일로 KB의 지주회사 회장, 은행장, 사외이사, 감사,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장이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정치권에 줄을 댄 정피아(정치권+마피아)들이 득세하면서 금융권 인사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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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피아는 관피아보다 악성이다. 관료 출신들은 관련 경험을 내세우기라도 하지만 정피아들은 그런 것과도 거리가 멀다. 국내 금융회사들에는 최근 몇 년 동안 고객정보 유출, 대출 비리와 내부 횡령 등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4일 국내 금융 산업이 크게 뒤처진 것에 대해 “뭔가 고장이 났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말 고장 난 것은 정치권과 정부가 금융 산업을 보는 시각이다. 정치권이 금융회사들을 정권의 전리품 정도로 여긴다면 금융 개혁은커녕 제2, 제3의 KB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