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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베, ‘미래 50년 동반자’로서 과거사 반성할 용기 없나

입력 | 2015-03-02 00:00:00


박근혜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일본에 “용기 있고 진솔하게 역사적 진실을 인정하고, 한국과 손잡고 미래 50년의 동반자로서 새로운 역사를 함께 써 나가자”고 제의했다. 기념사에는 “역사란 편한 대로 취사선택해 필요한 것만 기억하는 게 아니며, 역사에 대한 인정은 진보를 향한 유일한 길”이라는 미국 코네티컷대 알렉시스 더든 교수의 발언도 인용됐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왜곡 시도에 반대하는 미 역사학자들의 집단 성명을 주도했던 더든 교수의 지적을 새겨야 할 사람이 바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다.

광복 70주년,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인 올해는 한일 양국에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미래를 다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본보 설문조사에서 전문가들은 현재 한일 관계를 10점 만점에 3.85점이라는 최악의 상태로 평가했다. 두 나라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2월 이후 장기간 정상회담을 하지 못하는 것은 동북아 안정과 두 나라의 경제를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다. 집권 2년이 넘도록 관계개선을 하지 못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올해를 허송하지 말기 바란다.

우여곡절 끝에 이달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이 서울에서 열린다. 회담이 잘되면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일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중일 정상은 올해 잇달아 미국을 방문한다. 특히 아베 총리의 4월 방미와 미 의회에서의 연설 여부가 주목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일의 화해를 독려하고 있어 그의 중재로 박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회동을 결심하는 시나리오도 기대된다. 아베 총리가 미국에서 세계를 향해 과거의 잘못을 겸허하게 인정하는 용기를 낸다면 한중일은 화해로 가는 돌파구를 열 수 있다.

미국은 아태지역의 안정을 위해 일본의 협력을 필요로 한다. 웬디 셔먼 미 국무차관은 지난달 27일 카네기 국제평화연구소 세미나에서 한중일 관계를 언급하며 “민족 감정은 여전히 악용될 수 있고, 정치 지도자가 과거의 적을 비난함으로써 값싼 박수를 얻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셔먼 차관의 발언은 미국의 전체 기류와는 다르지만 잘못된 신호를 줄 우려가 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끔찍하고 지독한 인권 침해라고 했다. 과거사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양시양비론(兩是兩非論)으로 접근해서는 한중일 갈등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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