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가 방영한 미드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진을 두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그때마다 성공비결을 물으면 공통된 답이 있다. “데이빗 핀처 감독에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이다. 넷플릭스가 ‘하우스…’를 선택한 건 당연한 일이다.”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로선 감독 배우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넷플릭스의 역할은 되도록 축소하고 싶어 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넷플릭스산(産) 히트작이 ‘하우스…’ 뿐이었다면 모르지만 넷플릭스의 두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을 보면 넷플릭스가 꽤 좋은 선구안을 지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2013년 7월 첫 시즌이 공개된 ‘오렌지…’는 평범한 미국 중산층인 금발머리 여성 파이퍼(테일러 쉴링)가 10년 전 저지른 범죄로 교도소에 간 뒤 벌어지는 일을 그렸다. 순진하던 파이퍼는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교도소가 가만 내버려 두지 않았다. 사소한 말실수 때문에 밉보여 사흘을 내리 굶고, 아이스크림 하나 때문에 머리채 쥐어뜯고 싸우는 걸 목격하며 문도 없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 경험을 한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세상과 격리된 채 서서히 변해가는 자기 자신을 목격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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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는 ‘오렌지…’나 ‘하우스…’처럼 야하고 과격하지만 페이소스가 살아있는 ‘어른용’ 콘텐츠가 많다. 지상파 드라마 중 마니아는 많지만 시청률이 낮아 조기 종영했던 것을 가져와 새 시즌을 제작하기도 한다. 시청률에 목매지 않는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넷플릭스에 이어 미국 아마존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어 성공을 거두면서 인터넷 업체가 미국 콘텐츠 업계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두 업체 모두 한국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으니, 국내 미드 마니아들은 밤샐 준비, 제작사·방송사들은 머리 싸맬 준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