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8곳 직접 돌아보니 같은 모델도 할인율 제각각… 일부 딜러 “비싸면 차액 환불”
1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에 있는 아우디 용산전시장.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지난달 31일 아우디 A전시장. 매장에 들어서자 직원이 매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지 물었다. 기자가 “처음이다”라고 하니 영업사원이 한 명 배정됐다. ‘A6 45 TDI’ 가격을 묻자 영업사원은 “일반 모델은 7340만 원, 고급 모델은 8280만 원이지만 각각 1200만 원과 1300만 원을 깎아주겠다”고 말했다. 16% 안팎을 할인해준다는 것이다. 》
“원래 이렇게 할인을 해주느냐”고 물으니 영업사원은 “아우디코리아에서 정해준 할인가격”이라며 “2월이 되면 할인금액이 줄어드니 1월에 사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월에도 월말이 되면 딜러들이 판매 목표량을 맞추기 위해 1% 정도는 더 깎아준다”고 귀띔했다. 차 가격의 30%를 선납한 뒤 나머지를 36개월 할부로 내는 조건을 물으니 영업사원은 8%대 초반의 금리를 제시했다.
B전시장으로 옮겼다. 이곳에서는 고급 모델은 1350만 원을 깎아주고, 두 차종의 할부금리는 7.58%로 맞춰주겠다고 했다. 영업사원은 “작년 초만 해도 할인금액이 600만∼700만 원이었는데 많이 팔려다 보니 1년 새 할인금액이 두 배로 뛰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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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수입차 판매량은 20만 대를 육박(19만6359대)했다. 2013년보다 25.5% 늘어나 수입차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지난달에는 수입차 점유율이 18.1%로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그러나 시장이 커진 이면에는 본사와 딜러의 깎아 팔기, 견적서 눈속임, 일부 수입사들의 판매 압박 등이 깔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실은 기자가 1, 2월 아우디, BMW, 폴크스바겐 전시장을 돌아보며 직접 소비자 체험을 해보는 과정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달 초 BMW 매장 3곳을 돌아보며 ‘520d’(후륜 기준 6390만 원) 견적서를 뽑아봤다. 3곳 모두 차 가격의 12.5%인 800만 원을 깎아주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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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한 전시장은 기타 등록비용과 탁송료가 다른 매장보다 쌌다. 그러나 취득세 355만7270원을 할부원가에 포함시켜 이자를 붙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렸다. 다른 전시장은 두 매장(6.99%)과 달리 할부금리로 8.89%를 적용했다. 결국 이 전시장에서 샀을 때 값(6576만 원)이 가장 비쌌다.
이달 폴크스바겐의 한 전시장을 들른 뒤 다른 전시장에서 ‘파사트 2.0 TDI’(3970만 원) 할인폭을 물었다. 이곳 영업사원은 “5% 정도”라며 애매하게 말했다. 기자가 “너무 적은데 정확히 얼마라는 거냐”고 물었다. 그는 “200만 원 정도”라며 “다른 데서는 (할인금액으로) 얼마를 받아오셨냐”고 떠봤다. 기자가 “7%”라고 답했더니 그는 “제가 헷갈렸다”며 “할인율은 7%(277만9000원)”라고 말했다.
○ 딜러들의 ‘치킨 게임’
수입차 값은 그야말로 고무줄 가격이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아우디는 노후 모델은 20%까지 싸게 살 수 있다. 폴크스바겐 ‘CC’는 기본 할인율이 10∼11%였다. 40대 초반 소비자 김모 씨는 “볼보 ‘S80’ 견적을 내러 매장에 갔더니 10%를 깎아준다고 했다”며 “그러나 인터넷 글엔 11%라고 올라와 있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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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값-공임 부풀려 결국 소비자 골탕 ▼
수입車 고무줄 가격
이는 자동차수입사의 판매 압박으로 인한 딜러들의 ‘치킨 게임’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아우디코리아는 딜러들에게 최소 마진을 보장해 차를 넘기고 난 다음 판매 목표 할당량을 주고 할당량을 넘어야 차 가격의 3%를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정책을 편다”며 “딜러들은 일단 할당량을 넘기기 위해 손해를 보고 팔고 있다”고 전했다.
수입차 영업사원 H 씨는 “많이 팔아야 다음 달 물량(차)을 더 확보할 수 있으니 손해를 봐도 팔아야 한다”며 “딜러사와 영업사원의 마진을 깎아 본사만 배불리는 구조”라고 말했다.
다른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가장 가격이 비싼 독일차가 먼저 할인을 해서 팔기 시작하니 ‘인피니티’ ‘볼보’ 등 독일차보다 가격이 싼 브랜드들도 10%씩 할인해서 파는 수밖에 없다”며 “딜러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 서비스 높여야”
판매가격이 내리면 소비자에게 이득인 것 같지만 결국 부메랑으로 날아온다. 차량의 할인폭이 커지면 중고차 가격도 함께 내린다. 특히 남들보다 할인을 덜 받고 산 소비자들은 자산가치에서 더 큰 손해를 본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딜러들이 깎아 팔아서 수익이 악화되면 결국 부품값이나 공임비를 부풀려 적자를 보전할 수밖에 없다”며 “또 서비스의 품질도 악화되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 피해로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2013년 아우디 딜러 고진모터스와 태안모터스의 영업이익률은 2%대, 참존모터스는 0.02%, BMW 딜러 한독모터스는 1.7%였다. 폴크스바겐 딜러인 클라쎄오토는 28억 원 적자를 냈고 마이스터모터스는 0.3% 영업이익을 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의 신뢰를 한번 잃게 되면 회복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든다”며 “가격 구조를 투명하게 하고 무리한 가격 경쟁보다는 서비스를 향상시키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