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판 ‘쩐의 전쟁’에서 주인공 도미오 역할을 맡은 구사나기 쓰요시. 일본 후지TV 화면 촬영
▽분출하지 않는다=도미오의 분노 지수는 한국판 주인공인 금나라(박신양)보다 훨씬 낮다. 돈을 빌리기 위해 옛 친구를 찾아간 도미오와 금나라는 똑같이 친구로부터 토사물을 먹으면 돈을 빌려주겠다는 모욕적인 제안을 받는다. 도미오는 결국 잔해를 먹지 못하고 친구에게 비웃음을 산다. 그렇다면 금나라는? 잔해를 먹는 대신 친구의 얼굴에 뿌려버린다! 아마도 ‘예의의 나라 일본’에서는 차마 남의 얼굴에 토사물을 던지는 것까진 할 수 없었나 보다.
▽평범하지 않다=금나라도 서울대, 도미오도 도쿄대 출신이고 집념과 근성이 넘치는 성격이라는 점은 비슷하다. 하지만 도미오에게는 좀 더 확실한 능력이 있다. 한 번 보면 모든 숫자를 바로 외워 버린다는 것. 한국의 원작 만화에는 있었지만 한국판 드라마에서는 부각되지 않은 설정이다. 일본 시청자들이 좀 더 만화적인 설정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사랑하지 않는다=한국판은 금나라와 금나라의 전 약혼녀, 그 약혼녀를 짝사랑하는 남자, 그리고 금나라의 고등학교 은사의 딸까지 사각관계가 명확했다. 일본판은 좀 다르다. 일단 도미오의 전 약혼녀에게 짝사랑남이 없다. 고등학교 은사의 딸과 도미오의 ‘러브라인’도 아직까지는 불명확하다. 한국판에선 초반에 이미 둘이 부둥켜안고 계단에서 굴러떨어지거나 좁은 장소에 함께 숨는 등 확실한 눈도장을 찍어줬건만, 일본판에서 지금까지 둘이 한 것이라곤 부엌에서 나란히 요리를 하는 정도다. 이런 초식남의 나라….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