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애프터스쿨과 유닛 오렌지캬라멜의 리지가 최근 ‘트로트 가수’로 변신했다. 안주하지 않는 그의 무한변신은 어린 시절 막연하게 동경했던 연예계에서 한 획을 긋는 것이 종착점이다. 사진제공|플레디스
■ 세미 트로트 ‘쉬운 여자 아니에요’로 솔로 데뷔 리지
애프터스쿨 데뷔 전부터 콧소리 지적
이젠 나만의 경쟁력…더 농염해져야
영화 데뷔·예능 출연 등 연예인 실감
“연예계요? 아직도 신기해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고교 2년 봄, 해운대 벡스코에서 열린 엠넷 ‘슈퍼스타K1’ 예선에 “친구랑 놀러간 기분”으로 출전했다 현 소속사에 발탁됐다. 그로부터 1년 후인 2010년 애프터스쿨 멤버로 데뷔했다.
“연예인은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 않나. 그런데 그 ‘아무나’가 연예인이 돼버렸다. 작년 가을엔 ‘오늘의 연애’로 부산영화제 행사에도 갔다. 어린 나이에 혹시라도 내가 캐스팅되려나 싶어 도도하게 걷던 해운대를, 진짜 연예인이 돼 걷게 될 줄 누가 알았겠나.”
열아홉의 나이에 뛰어든 연예계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는 걸 느낄 때”처럼 아픈 적도 없고, “연습생 기간이 짧은 것도 힘든 일”도 있었다지만 그는 무명생활을 겪지 않았다. 그만큼 순탄한 연예계 생활을 이어왔다. 애프터스쿨 이후 석 달 뒤 유닛그룹 오렌지캬라멜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오렌지캬라멜 음반은 1년에 2장씩 꼬박 내기도 했다. 이어 리지는 최근 경쾌한 세미 트로트 ‘쉬운 여자 아니에요’를 내놓고 솔로로 데뷔했다. 데뷔 전 “콧소리 좀 없애라” “트로트처럼 부르지 말라”는 지적을 들은 리지는 “타고난 콧소리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트로트의 표현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나 역시 ‘뽕필’은 자신 있었다. 사실 댄스나 발라드를 했다면, 특별한 경쟁력이 없었을 것이다. 아직 어려서 ‘얕은 느낌’도 나겠지만 앞으로는 농염한 표현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새해 들어 일복 터졌다. 왜 이리 잘되지, 싶을 정도다. 흥분하지 않고 침착하게 감사한 마음으로 할 생각이다.”
그럴수록 명랑하고 쾌활한 모습으로만 자신의 이미지가 정형화한 게 아니냐는 걱정이다.
“예능프로그램에 단발성 출연이 많다보니 너무 가벼운 면만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 단박에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해서 약간 오버하기도 했지만 이젠 진정성 있는 모습도 보여주겠다. 대체재가 없는 엔터테이너가 되도록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고 가꿔가겠다. 내가 자부할 수 있는 건 ‘열심히 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그 자부심을 지켜갈 거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