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인 위장해 제재 정보 빼내 1명 구속… 외교관 등 2명은 추방
미국 뉴욕 시 맨해튼에서 ‘러시아 국영은행 부지점장’이라 자칭하며 금융 정보를 수집해온 러시아인이 스파이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붙잡혔다.
FBI는 26일 미국의 금융 정보를 러시아 해외정보국(SVR)에 넘긴 예브게니 부랴코프 등 러시아 스파이 3명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부랴코프는 이날 구속됐고 러시아 무역대표인 이고리 스포리셰프와 유엔 주재 러시아 대표부 소속 외교관 빅토르 포도브니 등 2명은 러시아로 추방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검찰 측 발언을 인용해 “부랴코프가 ‘제냐’라는 가명으로 2010년부터 5년간 은행 부지점장 행세를 하면서 미국의 러시아 제재에 따른 영향과 같은 민감한 정보를 수집해왔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스파이 활동은 2010년 꼬리가 잡혔다고 WP가 보도했다. 당시 러시아 스파이 10명이 적발돼 추방됐는데 이번에 적발된 3명이 그들과 접촉한 사실을 FBI 공작팀이 당시부터 탐지하고 있었다는 것. 부랴코프 등은 FBI가 맨해튼 사무실에 도청 장치를 숨겨놓은 사실을 모르고 지냈다.
부랴코프의 공소장에는 이들이 맨해튼 사무실에서 나눈 비밀 대화도 실려 있다. 포도브니는 SVR로 파견된다는 말을 듣고 “제임스 본드처럼 헬기를 타고 날아다닐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다른 사람이 될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방보안국(FSB)과 함께 정보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SVR에 대해 “SVR야말로 진정한 정보”라고 스포리셰프에게 말했다. 이들이 뉴욕대와 유대 관계를 갖고 있는 젊은 여성을 모집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위용 기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