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는 지난해 12월 사직하기에 앞서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전 대표는 “평양공연과 문화계의 표가 필요한 박 시장은 해명 기회나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나보고 11월까지 나가라고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감사관실의 최근 조사 결과 정 감독을 둘러싼 의혹이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나 파문이 계속되고 있다.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서울시가 정 감독과의 1년 재계약을 끝낸 것도 의구심을 자아낸다.
박 시장은 2012년 신년사에서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경평(서울과 평양 간) 축구의 부활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13년 8월 북한에 평양공연 제안서를 보내 북한 민족화해협의회로부터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답신을 받았다. 정 감독은 앞서 2011년 9월 평양을 방문해 남북 합동 교향악단의 연주를 정례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북한 조선예술교류협회와 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계획은 남북관계 경색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서울시 감사 결과 정 감독의 개인 일정 때문에 빚어진 서울시향의 티켓 환불 소동과 막내아들 피아노 교사의 채용 특혜, 정 감독 아들과 며느리의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사용이 사실로 확인됐다. 이런데도 정 감독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니 박 전 대표에게서 “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 시장이 서울시향의 평양공연을 성사시키기 위해 정 감독을 감싼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향은 연간 예산 180억 원 가운데 110억 원을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하는 공조직이다. 박 시장은 이번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 감독에게 합당한 징계와 재정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