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표 정책사회부장
“앞으로 서울대 출신 사위를 얻지 않을 거야. 지균으로 들어온 서울대생일지 모르니까.”
“나는 그래서 우리 딸 서울대에 보내지 않고 아예 연세대로 보내려고. 연세대엔 지균 같은 거 없으니 거기서 사위 얻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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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 여건에서 볼 때, 지균은 유용한 제도 가운데 하나다. 계층 간, 지역 간 교육여건 불균형을 완화하고 입시제도의 현실적인 문제점을 어느 정도 보완해주기 때문이다. 성적순으로만 선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넓은 시각으로 교육의 공공선(公共善)과 우리 사회의 공존(共存)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제도가 아닐 수 없다.
두 사람의 대화는 지균에 대한 편견, 교육 가치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두고 누군가는 “자식 사랑의 표현 아니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저 지나가는 우스갯소리”라고 넘어갈 사람도 있다. 하지만 되새기면 되새길수록 무서운 말이다. 저 대화에서 우리 시대 학부모들의 이기심과 탐욕 같은 것이 진하게 묻어난다.
요즘 어린이집 폭력 사태로 세상이 어수선하다. 여기저기서 대책을 내놓으라는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서둘러 대책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서둘러 내놓는 대책은 부실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한다.
그 하나가 모든 어린이집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자는 것이다. 부모의 처지에서 보면, 피부에 와닿는 대책이다. 스마트폰에 앱을 내려받아 어린이집 CCTV와 연동해 실시간 어린이집을 확인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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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여유 있는 외벌이 부모들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곤 한다. 한 보육교사는 “아침도 안 먹여 보내는 전업 엄마들이 있다”고 하소연한다. 맞벌이가 어려운 현실임에 틀림없지만, 이를 핑계로 부모들이 너무 외부에 의존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올 만하다.
6·25전쟁 이후 우리는 폐허를 딛고 성장해왔다. 성장의 주요 동력은 교육열이었다. 그 덕분에 우리는 매우 빨리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너무 빠른 성장 속에서 많은 것을 놓치기도 했다. 교육의 결과나 학력에 매몰되다 보니 공공선과 공존 같은 교육의 가치를 외면하게 된 것이다. 겉으로는 공익을 말하면서 돌아서면 자기 자식만 챙기는 이기적인 현실. 대한민국의 모든 학부모가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부끄럽게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에 틀림없다.
이광표 정책사회부장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