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평창올림픽 준비 이상없나]<下>정부 무관심에 힘빠진 조직위
강원 강릉 스포츠콤플렉스에 들어서는 아이스하키(남자) 경기장은 터파기 작업이 한창이다. 1079억원이 투입되는 이 경기장은 대회 후 철거가 예정돼 있다. 강릉=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1988 서울 올림픽에서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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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한결같다. “어떤 방향이 됐건 강력한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 강원도, 조직위는 소통은 고사하고 각자의 목소리를 내기 바쁘다. 여기에 올림픽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정치인들까지 끼어들어 분란을 부채질한다. 한 관계자는 “올림픽 운영을 책임진 조직위의 말발이 먹혀들지 않는다. 어떤 지시를 하면 이쪽은 이렇게, 저쪽은 저렇게 해석한다. 여기저기 말만 많지 제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중앙 공무원들이 힘없는 조직위 파견을 꺼리는 건 당연하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인사상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올림픽에는 관심이 없지만 세종시로 가기 싫어 서울에 사무소가 있는 평창 조직위를 지원했다”는 공무원도 있다. 주로 하위직이 파견되는 강원도 소속 공무원들 역시 파견 대상이 되면 좌천으로 받아들인다.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렀던 1988년 서울 여름올림픽 때는 달랐다. 당시 조직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조직위원장 역시 정권 실세였다.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박세직 전 재향군인회장(작고)이 연이어 조직위원장을 맡았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 자리에서 “부처별로 가장 뛰어난 공무원들을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파견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회장은 따로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할 정도로 힘이 있었다. 정부는 조직위 파견 공무원들에게 월급 이외에 두둑한 수당을 줬고, 승진에 유리하도록 근무평정도 높게 줬다. 이 때문에 젊고 똑똑한 공무원들이 앞다퉈 조직위에 지원했다.
○ 조직위원장에게 전권(全權)을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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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 내에서는 조 위원장에게 마지막까지 기회를 줘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조직위원장 자리를 고사하는 조 위원장에게 떠맡기다시피 위원장 자리를 맡겼다. 올림픽 개최까지 3년여밖에 남지 않아 위원장을 교체하기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따라서 이제부터라도 청와대가 앞장서 조직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인사권은 물론이고 재정적인 권리 등 필요한 모든 권한을 줄 필요가 있다.
겨울스포츠 저변이 열악한 한국에서 겨울올림픽을 경험해본 전문 인력은 거의 없다. 결국 해외 전문가를 데려와야 한다. 외국 전문가는 1인당 연간 3억 원가량의 돈이 든다. 한 관계자는 “조직위 차원에서 예산을 따내려 해도 공무원들은 우리를 빚 받으러 온 사람 취급한다”고 자조했다. 현재 341명이 일하는 조직위는 내년까지는 876명, 2018년까지는 1300명으로 구성원이 늘어난다.
강력한 리더십과 체계적인 준비가 없다면 평창 올림픽은 성공하기 어렵다. 2018년 2월 9일 열리는 개막식에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개막 선언을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박 대통령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