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평]동화(당선작 없음)
황선미 씨(왼쪽)와 김경연 씨.
그 가운데서도 4편의 동화를 본심에서 논의했다. 애벌레를 텃밭에 놓아주는 예쁜 마음을 그린 ‘배추 잎 하나 들고’(김은영)는 구성력도 있고 문장도 안정적이었으나 아무리 보아도 캐릭터의 의식이나 행동이 설정 연령과 어울리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엄마에게 햇볕을 가득 담은 유리병을 선물해주며 엄마를 위로해주는 이야기 ‘유리병’(오미순)은 그 천진난만한 태도가 현실감을 획득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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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눈에만 예쁜 가짜들이 받는 상장 대신에 자신들 스스로 진짜 상장을 준다는 이야기 ‘위 학생을 칭찬합니다!’(황성진)는 ‘상장’이라는 모티프를 통해 어른들의 비합리적 태도에 비판적으로 대항하는 아이들의 자기의식을 담아내는 데는 성공했으나 이미 학교에서 여러 종류의 상장들이 수여되고 있는 지금으로서는 그다지 새롭지 않았다.
신춘문예에서 무슨 걸작을 기대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엄연히 아직도 공신력 있는 등단의 절차이고, 그렇기에 신인으로서의 패기와 단단한 공부의 흔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심사위원들은 장고 끝에 이러한 기대를 담아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당선작을 내는 것보다 더 어렵고 착잡한 일이었다. 동화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더 큰 기대이자 격려로 받아들여주기를 바란다.
김경연 아동문학평론가·황선미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