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경제정책/교육―연금] 교육분야 구조개혁 예고
“이젠 경제에 매진” 박근혜 대통령(오른쪽)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 장관회의 연석회의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함께 입장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경제 구조개혁을 주된 내용으로 한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부는 향후 경제활동인구 감소 등 한국사회의 구조적 변화에 대응해 교육 분야에서도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지만 하나같이 반론이 만만찮은 주제여서 제도 공론화와 도입 과정에 적지 않은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제 인적교류 활성화 위해 학기제 재검토
이날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남반구에 있는 호주를 제외하면 봄에 1학기를 시작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가을 학기제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때가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9월에 신학기가 시작되면 여름방학이 길어져 학생들의 인턴, 현장학습 기회가 늘고 조기취업도 쉬워질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또 외국인 교수, 학생 등 우수인재의 유치가 쉬워지고 한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유학생이나 주재원 자녀들이 공백 없이 학교를 다닐 수 있게 된다는 점도 정부가 기대하는 가을 학기제의 효과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내년에 당장 시작한다는 게 아니라 공론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 교육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학기제 전환에 따른 비용이 많이 들고, 여름방학이 길어지면 사교육이 더 활성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또 가을 학기제를 도입하면 시행연도에 두 차례(3월, 9월) 신입생을 선발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이 향후 대학에 입학하거나 취업할 때 경쟁이 치열해지는 피해를 볼 수 있다.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일부 유학생을 유치하는 데 따른 이익보다 1000만 명에 이르는 전체 학생의 학기를 바꾸는 데 따른 부수비용이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가을 학기제는 과거에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아 두 차례 무산된 바 있다”며 “현행 3월 학기제의 약점을 보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 학기 동안은 시험이 없고 고교 입시에도 반영이 안 돼 학생들이 부담 없이 자기계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하지만 학력 저하 논란을 피할 수 없고, 학생들이 이 기간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미비한 상황에서는 학부모들의 부담만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학원비는 옥외 표시, 교과서 가격은 상한제 도입
정부는 생계비 지출을 줄여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린다는 목표로 학원비와 학교 입학금, 교과서 가격 등 교육비 억제 대책도 펴기로 했다. 우선 학원 교습비를 소비자들이 쉽게 확인하고 비교할 수 있게 외벽이나 창문, 출입문 벽면 등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특목고와 자율형사립고는 1인당 입학금과 수업료, 학교운영지원비를 정부의 학교정보 사이트인 ‘학교 알리미’에 2016년부터 공시하도록 했다. 이 밖에 현재 가격이 자율적으로 책정되는 초중고교 교과서는 상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대학 교재 역시 광고 게재 수입 등을 활용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업 수요에 맞는 현장중심 교육을 강화하고 중소기업과 대졸자 사이의 ‘인력 미스매치(불일치)’를 줄이는 방안도 나왔다. 정부는 산업현장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특성화고 3년과 전문대 2년을 묶은 5년제 ‘고등전문대’를 내년 16곳 이내로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
이 밖에 학생이 학교와 기업을 오가며 배우는 한국형 도제식 직업학교를 당초 3곳에서 9곳으로 늘리고, 대학생의 장기 현장실습 등 기업-학교 병행 프로그램도 늘릴 방침이다.
전주영 aimhigh@donga.com·유재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