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투자청, 쌍용건설 인수 나서… 금융투자 대신 부동산 비중 확대 오피스빌딩 매입 이어 건설사 눈독… 고급건축 부문 경쟁력 확보 본격화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쌍용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바이투자청은 아부다비투자청에 이은 아랍에미리트의 2대 투자자다. 쌍용건설을 인수해 해외 고급건축 부문의 경쟁력을 키울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20년 열릴 두바이 엑스포를 위한 각종 건축사업에 쌍용건설을 활용할 방침이다.
중동 오일머니는 2000년대 중반 고유가를 등에 업고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 산업과 항만·부동산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왔다. 한국에서는 특히 정유, 건설산업에 관심이 높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해외 곳곳에서 부동산 개발을 진행 중인데 자체 건설사가 부족해 해외 회사들을 주로 활용한다”며 “한국 건설사 다수가 중동에 진출해 있고 실력도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에 중동국가들은 일찌감치 한국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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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투자청이 쌍용건설 인수를 마무리할 경우 1991년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의 에쓰오일 지분 인수, 1999년 아랍에미리트 국제석유투자회사의 현대오일뱅크 지분 인수에 이어 오일머니가 한국 기업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하는 세 번째 사례가 된다.
오일머니는 국내 수익형 부동산 투자에도 큰손으로 등장했다. 올해 4월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기금이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애비뉴 오피스빌딩 A동을 4억4700만 달러(약 4775억 원)에 사들였고 8월에는 아부다비투자청이 서울 중구 퇴계로 오피스빌딩 ‘스테이트타워 남산’을 5000억여 원에 매입했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세빌스코리아 관계자는 “서울 도심빌딩은 임대수익률이 연 4.5∼5% 수준으로 일본의 3%보다 높고, 중국 등 신흥시장과 비교해 수익성도 안정적”이라며 “중동 투자자에게 한국 부동산시장이 ‘핵심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부동산 개발 사업에 오일머니를 유치하기 위한 국내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새만금개발청은 8월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소속 4개국 주한 대사들을 초청해 1박 2일 일정으로 새만금 투자 설명회를 열었다.
최근의 유가 하락으로 오일머니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실물투자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 금융투자 대신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중동국가들이 해외기업 인수를 통한 차세대 성장동력 확보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안홍철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은 “중동국가들은 향후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면 해외기업 인수가 필수라고 보고 있다”며 “앞으로는 국내 정보기술(IT), 의료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도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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