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의 세계사/함규진 지음/456쪽·1만8000원·미래의 창
이 중에는 국가 간 부동산 거래가 많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1803년 미국과 프랑스의 루이지애나 매입 협정이다. 당시 기준으론 미국 영토의 50%, 지금으로 치면 23%에 해당하는 너른 땅이다.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은 뉴올리언스를 차지하고 있던 프랑스에 “팔지 않으면 영국과 손잡고 프랑스를 치겠다”고 했고, 나폴레옹은 “아예 루이지애나를 통째 사라”고 했다. 나폴레옹으로선 미국의 위협도 겁났지만 “루이지애나는 사막 같은 쓸모없는 땅”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루이지애나는 미국이 20세기 초강대국으로 일어서는 토대가 됐다. 저자는 “역사상 말 위에서 천하를 얻은 국가는 많았지만, 이처럼 협상 테이블에서 대국이 된 나라는 거의 없다”고 평했다.
‘전쟁을 최대한 덜 비참하게 하려는’ 제네바 협약은 인류의 위대함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 “부상병은 국적을 불문하고 구호를 받는다”는 합의는 인도주의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제네바 협약을 위반한 자는 엄중 조사’ 방침에 나토 회원국의 활동은 열외다.
이진영 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