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고기지 주변 5개 2018년 도전… 물성분 분석해 빙하 지진 원인 규명 해저 500m에 지진계 설치… 최근 10개월간 기록 분석나서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 연구진이 15일 남극해에서 해저면지진계를 건져 올린 뒤 아라온 선상에서 포즈를 취했다. 이 지진계에는 장보고기지 근처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지진을 약 1년 동안 기록한 데이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극지연구소 제공
15일 남극 장보고기지가 있는 테라노바 만 연안. 쇄빙연구선 아라온이 남극해를 덮고 있는 두꺼운 해빙을 깨고 있다. 얼음 두께만 무려 1m. 아라온이 뱃머리를 들었다 내릴 때마다 얼음을 따라 둔탁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 이원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17일 아라온의 위성전화를 이용한 인터뷰에서 “얼음 깨는 작업만 이틀에 걸쳐 22시간 진행했다”며 “결국 해빙에 지름 500m 정도의 거대한 구멍을 뚫었다”고 밝혔다.
○ 두께 1m 남극 해빙 밑 500m서 지진계 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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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의 쇄빙선인 아라온. 극지연구소 제공
연구진이 지진 활동을 감시하는 이유는 빙권(氷圈)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위해서다. 빙권의 움직임은 해수면 변화 등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와 직결된다. 201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은 테라노바 만에 지진 관측망을 설치한 뒤 그 결과를 분석해 빙진의 원인이 조수 간만의 차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극지연 측은 빙진의 또 다른 원인으로 ‘빙저호(氷底湖)’의 범람에 주목하고 있다. 빙저호는 빙하 아랫부분이 강한 압력으로 녹아서 생긴, 이름 그대로 얼음 밑에 있는 호수다. 이 연구원은 “빙저호의 물이 빙하와 기반암 사이로 흘러 들어가면 둘 사이의 마찰력을 줄여 빙하의 이동을 촉진한다”며 “빙저호에서 넘친 물이 빙하 이동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 장보고기지 주변 빙저호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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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올해 9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아이스샛(ICESat)’과 유럽우주국(ESA)의 인공위성 ‘크라이오샛(CryoSat)-2’의 데이터를 이용해 빙저호부터 찾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에서 지상으로 레이저를 쏴 지형도를 그릴 때 고도차가 생기는 곳에 빙저호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원리를 이용했다. 움푹 들어간 지형 역시 빙저호 후보지다.
분석 결과 장보고기지를 중심으로 반경 400km 이내에는 빙저호가 5개 정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연구원은 “장보고기지에서 남서쪽으로 200km 떨어진 곳에 있는 지름 30∼40km의 빙저호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며 “앞으로 3년간 준비 작업을 거쳐 2018년 이후 빙저호를 직접 시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11일부터 7일간 매일 아라온을 타고 오전 6시부터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탐사를 진행해 왔다. 그는 “빙저호 시추 과정에서 빙저호 아래 숨겨진 다양한 남극의 생물자원과 지질자원도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선미 동아사이언스 기자 vami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