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 2013년부진 씻고 역대 최다 수상 기록 “두 아들에게 그동안 너무 미안했죠” 포수 양의지, 3루수 박석민 첫 경험… 투수 밴헤켄 ‘외국인’ 5년만에 영예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시절 이승엽(38·삼성)은 아들 은혁 군(9)이 던진 한마디에 큰 상처를 받았다. 요미우리 말년 이승엽은 부상과 부진이 겹치며 2군을 전전하고 있었다. 다섯 살짜리 아들 은혁 군의 눈에는 야구 선수 아빠가 TV로 요미우리의 경기를 보고 있던 게 신기할 만도 했다.
이승엽은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최고 타자였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들은 아빠가 ‘국민타자’였던 것도, 한 시즌에 56개의 홈런을 친 타자인 것도 몰랐다.
하지만 지난해 이승엽은 다시 한 번 부진에 빠졌다. 팀은 한국시리즈 3연패를 차지했지만 그는 웃을 수 없었다.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이 그가 받은 초라한 성적표였다. 이승엽은 “작년에는 아내와 아이들이 야구장에 오고 싶다고 해도 오지 말라고 했다. 벤치에 앉아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승엽은 겨우내 절치부심했다. 간결한 타격 폼으로 바꿨고, 마음가짐도 새롭게 했다. 부진이 이어지면 유니폼을 벗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 이승엽은 올해 팀과 함께 웃었다. 팀은 사상 최초로 통합 4연패를 차지했고, 이승엽은 타율 0.308에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하며 팀 우승에 기여했다. 최고령 30홈런이자 100타점이었다.
올해 투타에서 각종 기록을 양산한 넥센은 박병호(1루수), 서건창(2루수), 강정호(유격수), 밴헤켄(투수) 등 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올해 20승 고지에 오르고도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투표에서 0표에 그쳤던 밴헤켄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한을 풀었다. 외국인 선수가 골든글러브를 받은 것은 2009년 KIA 투수 로페즈 이후 5년 만이다.
포수 부문에서는 두산 양의지가 118표를 받아 삼성 이지영(103표), NC 김태군(100표)을 근소하게 제치고 수상자로 선정됐다. 뛰어난 기량에도 불구하며 매번 수상의 기회를 놓쳤던 삼성 박석민은 3루수 부문에서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품에 안았다. 삼성 최형우와 롯데 손아섭은 외야수 부문에서 각각 2년 연속과 4년 연속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