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M&A-주식시장 이용 탈세 횡령… 2兆 지하경제 주물럭 1500억 도박사이트 운영 등 지능화… 영화속 기업형 조폭이 현실로 검찰, 10개월간 345명 구속
#1. 폭력조직 범서방파 두목급인 정모 씨(48)는 마카오의 한 호텔 카지노와 연계해 ‘원스톱 국제도박판’을 중개했다. 한국인 도박자를 모집해 항공권과 호텔 숙소 등을 직접 제공해 손쉽게 도박을 즐길 수 있게 해줬다. 도박자금을 현금으로 받아 카지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칩을 제공하고 웃돈까지 받았다. 검찰은 도박자들이 성매매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2. 대전 폭력조직 유성온천파와 반도파는 2012년부터 1223억 원대의 불법 선물(先物) 시장을 개설해 200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이들은 코스피200과 연동된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발했고 증권 전문가에게 리베이트를 주고 투자자를 모으는 전문화된 수법을 썼다. 수익금은 조직원을 대표로 세워 유령 법인을 만든 뒤 법인 명의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현금화했다.
○ 2조 원대 지하경제 주무른 ‘3세대 조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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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조폭의 활동 양상은 과거 폭력과 공갈협박 수준을 넘어 기업 M&A, 주식시장 이용 횡령 탈세 범죄 등으로 지능화했다. 영화 속 ‘기업형’ 조폭이 현실화한 것. 목포오거리파 조직원 김모 씨(44)는 2009년 사채업을 하다 코스닥 상장사를 인수해 채권과 전환사채 발행자금 총 94억6000만 원을 횡령했다.
조폭들이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무대는 불법 사행시장이었다. 총 1조7682억 원대 지하경제가 구축됐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382억 원대의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한 국제마피아파 3명을 구속했다. 광주지검은 전직 경찰관 김모 씨(42·구속)와 손잡고 필리핀에 서버를 둔 1500억 원대의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경산인규파를 적발했다.
○ 의리는 없다…돈 따라 합종연횡
폭력조직 간 일명 ‘전쟁’을 위한 대치나 ‘칼부림’도 여전했다. 이와 관련해 42명이 구속됐고 조직원의 집단 합숙생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를 차리고 말끔한 양복으로 갈아입었지만 옛 행태는 그대로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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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부 관계자는 “흔히 조폭은 ‘의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철저한 경제논리로 돈 앞에서 합종연횡을 거듭하는 게 조폭의 실상”이라고 말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