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옆 식도락]⑤삼성미술관 리움 ‘교감’전, 스파이시바이트 ‘생강칠리생선튀김’
삼성미술관 리움의 15∼16세기 조선 분청사기철화 물고기무늬 단지(왼쪽 사진). 백토를 바른 뒤 검은 안료로 연꽃과 물고기를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오른쪽은 인근 식당 스파이시 바이트의 생강소스 도다리튀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똠얌꿍(태국식 수프)? 팔지 않습니다.”
똠얌꿍과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 없는 태국음식점이라니. 주방장 겸 사장 송용성 씨(38)는 “내가 싫어해서 안 만들었다”고 했다. 2명이 나란히 서기도 빡빡한 주방 앞 홀에는 테이블 5개만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인테리어는 흰 페인트칠이 전부였다.
“전혀 안 먹혔죠. 건방지게 내가 만들고 싶은 것만 팔았으니까요. 손님이 먹고 싶어 하는 걸 내놓지 않고.”
6개월 만에 문 닫을 위기를 겪은 뒤 ‘스파이시 바이트’(070-4028-8011)라는 간판을 달고 실내를 아기자기하게 꾸몄다. 차림표에는 똠얌꿍과 팟타이를 넣었다. 수제 커리는 단념했다. 하지만 가게 벽 흑판에 적힌 스페셜 메뉴는 여전히 태국 전통음식이 아니다. 동남아와 중국 요리에 쓰는 향신료와 서구 요리 기술을 조합한 어떤 것. 깊이 없고 근본 없다 손가락질 받을 수 있지만 균형 잡힌 맛의 무언가가 이곳의 메인 메뉴다.
큰길 건너 리움의 메인 메뉴는 뭘까. 데이미언 허스트일까, 아이웨이웨이일까, 이우환일까. 아니면 건물을 설계한 장 누벨, 마리오 보타, 렘 콜하스의 희미한 흔적일까. 21일까지 열리는 개관 10주년 기념전 ‘교감’전은 서로 맞닿는 지점이 얼핏 전혀 없을 듯한 덩어리들을 억지스러운 기색 없이 이어 엮은 기획의 솜씨가 어떤 개별 작품보다 돋보이는 전시다.
송 사장은 2004년부터 10년간 호주에서 유럽과 태국 요리를 배웠다. 요리학교 졸업 후 주방을 경험한 시드니 ‘세일러스 타이’는 호주의 스타 태국요리 셰프 데이비드 톰프슨의 레스토랑이다. 도다리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낸 뒤 간장 설탕 식초 생강 마늘 고추 향신료를 섞은 소스를 졸여 얹은 접시가 12월의 스파이시 바이트 스페셜이다. 당도 낮은 화이트와인과 착 맞아떨어진다. 요리의 국적? 알게 뭔가. 문제는 오직 밸런스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