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올해 1월 작성했다는 ‘청와대 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 측근(정윤회) 동향’ 보고서에 대한 청와대 해명은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다. 보고서는 당시 떠돌던 김기춘 비서실장 중병설, 교체설 같은 루머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추적한 결과를 담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의 ‘문고리 권력 3인방’으로 불리는 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을 비롯한 청와대 내부 인사 6명과 정치권 인사 4명이 정윤회 씨와 지난해 10월부터 매달 두 차례 정도 만나 청와대 내부 상황을 점검하고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비슷한 보고서는 있지만 시중의 풍설을 모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며 문건 내용을 보도한 세계일보 사장과 편집국장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문건 유출 경위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민 대변인의 설명대로라면 청와대가 시중에 나도는 루머와 조사의 차이도 구분하지 못하고 문서를 작성했으며 이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보고했다는 말이 된다.
청와대는 어제 “감찰 차원은 아니었다”면서도 확인 조사를 벌였다는 사실은 뒤늦게 인정했다. 하지만 보고서 제출 한 달 만에 작성자인 A 행정관은 경찰로 복귀했고, 직속상관인 조응천 공직기강비서관은 2개월 뒤 사표를 냈다. 청와대는 A 행정관에 대해선 “통상적 인사로 경찰로 돌아간 것”이라고 했고, 조 비서관에 대해서는 “자진 사퇴한 것”이라고 밝혔으나 보복성 문책 인사가 아니었는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애초 보고서의 작성 경위에서부터 김 실장과 박 대통령에 대한 보고 내용 및 조치 여부를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권부 핵심에 있는 현 비서실장과 박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실장 역할을 했던 정윤회 씨가 ‘십상시(중국 후한 말 실세 환관)’까지 가담시킨 권력 투쟁을 벌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