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주 못채운 미숙아, 교정연령 따라 잘 키우려면…
이른둥이는 신체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 적절한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하다. 동아일보DB
요즘 임신 기간 37주를 못 채우고 나온 이른둥이가 늘고 있다. 2003년 2만1997명이던 이른둥이는 지난해 2만8206명으로 늘었다. 만혼 풍조와 함께 고령 산모가 늘어나면서 이른둥이가 늘어난다는 분석이다. 이에 이른둥이의 건강 문제와 대책을 알아봤다.
이른둥이 위협하는 폐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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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란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연세대 의대 어린이병원 신생아과 교수)은 “이른둥이는 면역체계가 약하고, 신체 장기가 미숙한 상태로 태어나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와 보살핌이 필요하다”며 “저혈당증, 뇌출혈, 신부전, 신생아 패혈증 등도 이른둥이에게 많은 질환”이라고 말했다. 호흡기 관련 질환은 이른둥이의 질환 중 54.6%를 차지한다. 이른둥이는 폐의 계면 활성 물질이 부족해 호흡곤란증후군(유리질막병)의 빈도가 높다. 이 때문에 만삭아에 비해 호흡기 질환에 감염된 경우가 2배 이상 높다.
특히 RS바이러스(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는 이른둥이에게 치명적이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천식알레르기센터 김창근 교수팀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급성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RS바이러스에 감염된 소아 환자가 최근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RS바이러스 감염으로 모세기관지염을 앓은 아이들 10명 중 4명은 1년 안에 천식이 발생했다. 여러 해외 임상결과에서도 RS 바이러스와 천식의 상관관계가 입증된 바 있다.
박은애 이화여대의대 목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12개월 이하 영유아에게 RS바이러스로 인한 사망률은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의 1.3∼2.5배에 이른다”며 “특히 35주 이하의 미숙아의 경우 폐렴, 기관지염, 호흡곤란, 무호흡증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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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아 망막증은 레이저로 먼저 치료하고, 나중에 망막 재접합 치료를 한다. 미숙아 망막증이 진행된 아이는 사시, 약시, 백내장 등 다른 안과 질환이 생길 수 있는 위험이 크다. 퇴원 후에도 성인이 될 때까지 추적 관찰이 필요하다.
이른둥이는 뇌혈관이 약해 내부에서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가벼운 뇌출혈은 심각한 뇌 손상을 일으키지 않지만,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 심각한 뇌출혈의 경우 뇌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기도 한다.
이른둥이는 예방접종 기준도 만삭아와 다르다. B형 간염 백신은 체중이 2kg 이상으로 늘었을 때 실시해야 한다. 만성 폐질환이 많은 이른둥이에게 폐구균, 독감, RS바이러스 예방주사도 필수다. RS바이러스 예방주사는 대개 9월부터 다음 해 3월 사이 최대 다섯 번까지 매월 접종하는데, 현재 32주를 못 채우고 태어난 이른둥이까지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른둥이는 교정 연령을 고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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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는 생후 1년 동안 실제 나이가 아닌 교정 연령에 따라 성장한다. 수유, 신체 발달, 팔다리 운동 같은 큰 근육 운동 등이 교정 연령에 따라 달라진다. 시선 마주하기, 미소 짓기 같은 사회적 발육이나 언어 발달도 교정 연령에 따라 좌우된다. 다른 아이와 비교하며 조급하게 마음 먹지 않아야 한다.
이른둥이에게는 신체가 미처 발달하지 못해 나중에 장애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는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마음이 상처받기 쉬운 이른둥이의 재활치료에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아이와 대화하며 편안한 분위기로 재활치료를 진행하는 게 중요하다. 재활 치료와 운동을 마친 후에는 칭찬해주고 부드럽게 안아주는 등 다음 치료를 겁먹거나 싫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