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민주적 대선 치러… 세속-반체제 후보 12월 결선 투표 원리주의 강조한 이집트와는 달리… 튀니지 이슬람은 유연한 접근 택해 국민저항 위기 거국내각으로 넘겨… 취업난에 젊은층 IS行 늘어 골머리
○ 튀니지 민주화는 진행형
튀니지는 2011년 민주화 혁명으로 독재자 진 엘아비딘 벤 알리 대통령을 내쫓았다. 이후 3년여 만인 23일 대통령 선거를 실시했다. 튀니지 국영방송이 보도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과거 독재정권에서 요직을 두루 맡았던 세속주의 성향의 정치인 베지 카이드 에셉시 후보(87)가 득표율 47.8%로 1위를 차지했다. 독재정권 몰락 뒤 지금까지 임시 대통령을 맡아온 반독재 투사 문시프 마르주끼 후보(69)는 득표율 26.9%로 2위였다. 27명의 대선 후보 난립으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12월 말 결선 투표를 치르게 됐다.
○ 이집트와 다른 튀니지
그러나 이집트에서 권력을 차지한 무슬림형제단은 이슬람 원리주의만 강조하고 민생 문제 해결에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반면 튀니지에서는 온건 이슬람 성향의 엔나흐다당이 과도정부를 이끌면서 경제 분야 등에서 개혁을 이뤘다.
이슬람 집권세력에 시민 저항이 일어났을 때 정부 대응 자세도 크게 달랐다.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은 무력을 동원하면서 정권의 몰락을 자초했다. 반면 튀니지의 엔나흐다당은 야당 세력과 거국 내각을 구성하는 유연한 모습을 보였다.
○ 튀니지의 민주화 모델 터키
과거 국제 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는 1974∼1979년 터키를 이슬람 국가들 중 유일하게 ‘부분적으로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터키의 민주화 수준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가 총리를 거쳐 대통령에 오르면서 사회적 분열을 조장하고 독재 스타일로 변모했다”며 “이 과정에서 터키의 법치주의가 크게 손상됐다”고 지적했다. WP는 “반면 튀니지의 엔나흐다당은 종교(이슬람교)와 세속 집단 간 타협을 가능하게 했고 유연한 모습을 보이며 실용적으로 접근했다”고 분석했다.
○ 튀니지의 한계와 우려
아랍 민주화의 마지막 불꽃으로 평가받는 튀니지에도 한계와 우려는 남아 있다.
아랍의 봄 이후 튀니지는 아랍 국가들 가운데 최고 수준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튀니지는 이슬람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전사의 주요 공급처가 되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IS 대원 포섭을 위한 설교와 모집을 더 손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김기용 kky@donga.com·박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