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트롤/앨런 스노 지음/이나경 옮김/552쪽·1만7000원·아르테 기발한 이야기 곳곳에 퍼져있고 상상력 자극하는 일러스트 매력
‘박스트롤’을 원작으로 제작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소설 속에는 캐비지헤드, 야생 치즈, 민물 바다소, 깡충 오소리, 땅돼지, 토끼 아주머니 등 다양한 생명체가 등장한다. 영화 ‘박스트롤’ 스틸컷
인간과 달리 동물과 괴물들은 개성 만점, 매력 만점이다. 원제도 ‘Here be monsters!’다.
지하 파이프 수리를 담당하는 변종 괴물 ‘박스트롤’은 수줍음이 많아서 상자를 옷처럼 입고 산다. 수십 m 지하의 넓은 동굴에는 양배추를 머리에 쓰고 다니는 ‘캐비지헤드’가 모여 살면서 채소를 키운다. 하수구에는 커다랗고 착한 눈을 가진 덩치 큰 민물 바다소가 산다. 이 정도는 평범한 수준의 괴물이나 동물이다. 조금 더 센 생명체를 소개하면, 목초지와 숲에는 두 발 달린 ‘야생 치즈’가 풀을 뜯어 먹고 산다.
영국 작가 앨런 스노는 “작가가 되지않았다면 엄청나게 맛있는 아이스크 림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Valerie Macon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서의 모험과 함께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가 또 다른 볼거리다. 패션 디자인과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저자는 래트브리지 지상과 지하의 지도, 등장인물과 상황을 묘사한 흑백 드로잉 500여 점을 직접 그려 수록했다. 상상력이 부족한 어른들도 래트브리지 세계에 빠지도록 돕는다.
어린 자녀나 조카용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어른도 읽길 권한다.
래트브리지 인간들은 지나가는 괴물들을 도통 쳐다보지 않는다. 하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반면 아서와 괴물이 입에 달고 사는 말은 ‘함께’다. “함께 작업하는 게 우리 특기”라며 우정과 헌신으로 스내처 악당에 맞선다. 어려움에 빠진 친구를 돕고, 다른 사람과 연대하는 기본적 덕목을 어른들은 잊고 사는 게 아닌지.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