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미국의 쇼핑 행사를 먼 나라 얘기로만 여겼던 해외 구매자들은 인터넷 환경이 점차 좋아지면서 마우스 클릭만으로 원하는 상품을 자국에서보다 더 싸게 구할 수 있게 됐다. 이른바 ‘글로벌 직구(직접구매)족’이 탄생한 순간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자국의 고객을 사이버먼데이에 뺏기는 각국 유통업체들이었다. 결국 2000년대 들어 하나둘 비슷한 시기에 대대적인 온라인 할인행사를 만들기 시작했다. 호주 유통업체들은 2012년 11월 말에 한국어로 ‘광클(광적인 마우스 클릭)’로 해석될 만한 ‘클릭 프렌지(Click Frenzy)’라는 온라인 할인행사를 열었다.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서버가 마비돼 첫해는 망쳤지만 올해도 18일부터 행사를 연다. ‘사이버먼데이까지 기다리지 말라’는 기사까지 링크해 놓았다. 독일 일본 아르헨티나 칠레 인도 뉴질랜드 등 세계 각국에서 비슷한 시기에 ‘짝퉁 사이버먼데이’ 행사가 펼쳐진다. 물론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뿐 아니다. 영국 유통업체들도 자국의 최대 쇼핑시즌인 박싱데이(12월 26일)를 앞두고 글로벌 직구족을 겨냥한 온라인 쇼핑을 강화할 움직임이다. 다른 국가의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알리바바의 성공을 그냥 가볍게 넘기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 밖 움직임과 달리 한국의 온라인 수출입 적자폭은 최근 3년간 세 배로 불어났다. 한국 정부가 글로벌 직구족들을 국내 인터넷 쇼핑몰에 유치하기 위해 ‘액티브X’와 공인인증서 관련 규제를 없앤 것이 고작 3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온라인 쇼핑몰의 배송비까지 일부 지원하는 중국 정부,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서 우리보다 한참은 앞서 있는 미국 등 서구 국가들. 온라인 무역전쟁터에서 우리가 서 있는 자리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만드는 11월이다.
박현진 소비자경제부 차장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