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결제 허점 악용 2명 적발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일이지만 이 같은 사건이 실제로 발생했다. 10만 원짜리 문화상품권 한 장을 온라인에서 840차례 다시 사용해 7000만 원을 챙긴 인터넷 세계의 ‘봉이 김선달’ 두 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S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프로그래머 김모 씨(27)는 지난해 말 중국동포 프로그래머인 이모 씨로부터 은밀한 제안을 받았다. 김 씨는 “한국 온라인 결제의 허점만 발견하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연구’에 나서 해킹 없이도 돈을 벌 방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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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한 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 다른 곳에서 취소한다면 확인에 걸리는 시간 때문에 이미 사 놓은 물건과 결제 대금을 모두 챙길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김 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는 이 사실을 의뢰인에게 알렸다.
중국동포 이 씨는 정보를 듣고 바로 범행에 나섰다. 사들일 물건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의 ‘사이버캐시’로 정했다. 게임 아이템 등을 살 수 있는 사이버캐시는 사이트 내에서 바로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씨는 올해 1월과 3월 총 6일 동안 문화상품권 10만 원으로 한 번에 2만∼10만 원어치의 사이버캐시를 사들인 뒤, 한 어학원 사이트 결제 취소 페이지에 들어가 840차례 취소했다. 이 어학원은 아이템 현금거래 사이트와 동일한 결제 대행사를 쓰고 있어 취소 요청이 가능했다. 이들은 인터넷에서 발견한 결제 대행사의 가맹점 매뉴얼을 토대로 어학원 사이트 내의 결제 취소 페이지를 찾아 들어갈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사들인 사이버캐시는 수중에 남고 결제 취소에 성공한 상품권은 계속 액면가 10만 원을 유지했다. 이 씨 계정에 들어온 사이버캐시 7000만 원은 그대로 현금으로 바꿨다. 이 씨는 정보를 제공한 김 씨에게 그중 10%인 700만 원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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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