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농장/류짜이푸 지음·송종서 옮김/382쪽·1만8000원·글항아리
‘꼭두각시 인간’은 또 어떤가. 누군가 ‘가지고 노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군상이다. 중국 문화대혁명 시절 ‘주석께서 지시하시기를…’이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혁명지식인들’이다. 메스꺼운 시, 역겨운 소설, 눈꼴사나운 그림, 영도자의 생신날 톈안먼 광장에서 군중이 추는 이른바 ‘충성 춤’….
왜 중국 문인들 중엔 권력에 빌붙어 알랑방귀 뀌는 자들이 그리 많을까. 마오 주석과 악수를 하고 감격해서 어린아이처럼 울었다는 일흔 살의 늙은 시인, ‘아빠 엄마가 마오 주석 어버이만 못해요’라고 노래 부르던 칠팔십 먹은 작가들. 그들은 수시로 권력자의 비위를 맞추고 찬양하고 때론 악어의 눈물을 흘렸다.
광고 로드중
그는 1951년 열 살 때 반혁명분자 15명의 총살 현장을 참관했다. 일렬로 나란히 늘어놓은 시체, 깨진 머리에서 흘러나오는 뇌수, 모래와 풀잎에 엉겨있는 피와 비린내…. 그것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평생 불에 덴 자국처럼 가슴에 남았다.
그는 묻는다. 문화대혁명 시절, 중국인들은 왜 갑자기 일부는 소와 말의 가축으로 변했고, 다른 일부는 호랑이 늑대의 맹수로 변했는가. 왜 수많은 지식인의 머리에 고깔모자가 씌워졌고, 몸에는 모욕적인 팻말이나 흑판이 걸려야 했는가. 그들은 왜 그렇게 외양간으로 끌려가 가축이 돼야 했는가. 그들을 그리 보낸 호랑이인간, 늑대인간, 족제비인간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가. 그들은 이제 현대 중국에서 ‘금전 동물’ ‘돈벌레’가 돼 있지나 않은가.
김화성 전문기자 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