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 기획전 ‘응결’ 참여 오유경 작가와 큐레이터 가엘 샤르보
서울 아틀리에 에르메스의 ‘Condensation(응결)’전 큐레이터 가엘 샤르보 씨(왼쪽)와 참여 작가 16명 중 유일한 한국인인 오유경 씨.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재단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젊은 예술가 4명씩을 선발해 가죽, 은, 섬유, 크리스털을 다루는 공방에 1년간 머물게 했다. 16명의 예술가는 명품 제작에 쓰는 고급 재료를 마음껏 사용하며 새로운 작품을 제작할 기회를 가졌다.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오유경 씨(34)와 전시 기획을 총괄한 가엘 샤르보 씨(38)를 만났다.
―작가들을 선정한 기준이 있었나.
―핸드백, 옷, 장신구를 만드는 재료로 만들어낸 ‘쓸모없는’ 설치작품을 구경하는 느낌이 야릇하다.
“제프 쿤스의 ‘토끼’는 예술작품일까 장신구일까. 공방의 장인이 만든 제품과 예술작품의 경계는 이미 뚜렷하지 않다. 장인의 입장에서는 늘 다루는 재료로 젊은 예술가들이 ‘쓸모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는 과정이 흥미로웠을 거다.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디자인의 핸드백이나 가구를 만들라고 했다면 아무 의미가 없었을 거다. 예술과 공방의 접점을 마련한 것으로 ‘응결’이라는 목적은 충분히 달성됐다.”(샤르보 씨)
―작가 입장에서는 재료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계기가 됐을 듯하다.
“에밀 퓌포르카의 은 공방에서 황동 판으로 만든 프레임에 은도금을 해 작품을 제작했다. 체스 말, 촛대, 식기를 만드는 재료다. 이들이 만드는 식기 세트는 7억 원 정도다. 직접 겪어 보니 가격에 납득이 갔다. 포크 하나 만드는 데 15명이 달라붙어 꼬박 일주일 정도를 쓴다. 식기 한 세트를 완성하는 데는 당연히 수개월이 걸린다. 그 일만 30∼40년 해온 사람들의 결과물이니.”(오 씨) 02-544-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