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 찾은 고객들 불만 쏟아져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의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이동통신단말장치 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첫날인 1일 서울 동작구 동작대로에 있는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들어서자 직원이 대뜸 이렇게 말했다. 그는 출고가 89만9800원인 ‘갤럭시S5’와 ‘G3’를 꺼내 보이며 “어제까진 30만 원 이상 드렸는데 오늘부턴 월 10만 원짜리 요금제에 가입해도 기기 값은 10만 원 정도밖에 지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서 전국 이통사 직영대리점 및 판매점을 찾은 고객들은 “보조금 평등이 아닌 보조금 하향평준화다” “누구를 위한 법인지 모르겠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알뜰폰사업자(MVNO)인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자회사)가 중국 화웨이 ‘X3 LTE-A’를 30만 원대에 내놓으면서 단통법을 계기로 중국 업체들의 파상공세가 시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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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강남역 지하상가 내 KT 판매점은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전날 오후 찾았을 때는 긴 줄이 늘어서 있던 매장이다. ‘마지막 특가 할인 혜택’ 등 매장 주위에 가득했던 광고지들도 사라졌다. 이 매장 직원은 “본사에서는 친절, 고객 만족 서비스 등으로 마케팅을 하라지만 보조금 10만 원으로 고객을 유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KT가 공시한 애플 아이폰5S(32GB 모델) 출고가는 94만6000원. 소비자들은 2년간 9만7000원 요금제를 유지해야 보조금 15만9000원을 받아 78만7000원에 살 수 있다. 현재 온라인 애플스토어에서는 같은 모델 공기계가 79만 원에 팔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매달 10만 원 가까운 ‘호갱(호구+고객을 합친 신조어) 요금’을 낼 바엔 차라리 공기계를 사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포털 사이트에선 ‘단통법 반대 서명’도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이날 0시 지원금을 공시한 다른 사업자들과 달리 오전 10시가 넘어서야 지원금을 공개해 현장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일부 판매점들은 오전 10시 반이 넘은 시각까지 SK텔레콤 단가표를 받지 못해 고객들을 그냥 돌려보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휴대전화 매장을 둘러본 뒤 “처음 생각보다 지원금이 낮은 것 같다”며 “지금은 초창기지만 두 차례 정도 사이클(1주일에 한 번씩 보조금 공시)이 돌아가면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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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로그는 지난달 30일 X3 초기 물량 수백 대를 확보해 이날 각 유통채널로 보냈다. 미디어로그 관계자는 “X3의 경우 LTE-A폰임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한계 때문에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며 “벌써 X3 사용 후기가 온라인에 올라오는 등 당초 예상보다 반응이 더 뜨겁다”고 전했다.
통신업계에서는 비정상적인 보조금에 철퇴를 가하겠다고 만들어진 단통법이 결과적으로는 국산 기기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꼴이 됐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을 위시한 해외 기기들의 국내 시장 공략이 점차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단통법 시행 전 재고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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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달 30일 이동통신 3사 간 번호이동 가입자는 5만318건으로 정부가 ‘시장 과열 기준’으로 삼는 하루 평균 2만4000건의 두 배가 넘었다. 지난달 22∼27일 번호이동 가입자는 하루 평균 2만4316건이었다.
김재형 monami@donga.com·김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