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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성희]피케티의 한국 사교육비 경고

입력 | 2014-09-22 03:00:00


프랑스 파리경제대 교수 토마 피케티의 저서 ‘21세기 자본’은 풍부한 문학작품을 사례로 든다. 가장 자주 등장하는 작품이 오노레 드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이다. 탐욕스럽고 천박한 두 딸에게 이용만 당하는 고리오 영감과 성공을 위해 그 딸에게 접근하는 시골 귀족 청년 라스티냐크의 이야기다. 피케티는 영국 작가 제인 오스틴(1775∼1817)이 당대에 느끼던 불평등과 현대의 불평등을 비교하며 불평등 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설명한다.

▷미국의 포브스지(誌) 집계에서 10년 이상 재산 1위를 차지한 빌 게이츠의 재산은 1990년부터 2010년까지 4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증가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일해본 적 없는 로레알의 상속녀 릴리안 베탕쿠르의 재산도 같은 기간 2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늘었다. 피케티가 분노하는 대상은 게이츠가 아니라 베탕쿠르다. 부의 대물림을 막기 위한 그의 해법은 글로벌 부유세와 함께 뜻밖에도 공교육 강화다.

▷그는 본보 인터뷰에서 급증하는 한국의 사교육비에 대해 경고장을 날렸다. 한국의 교육은 경제성장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사교육비가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2013년 기준 국내 사교육비 총액이 18조6000억 원으로 1인당 평균 23만 원이다. 실제 금액은 이보다 훨씬 높지만 더 큰 문제는 부유층일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높다는 점이다. 이젠 교육이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아니라 부의 대물림을 위한 수단으로 변해 버렸다.

▷한국에서 부의 대물림을 끊으려면 저소득층도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공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피케티는 말한다. 아쉽게도 박근혜 정부의 교육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다. 고교 무상교육 2400억 원과 초등 돌봄교실 6600억 원, 누리과정 2조1545억 원이 내년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다. 투자 대비 효과가 큰 누리과정을 없애고 대학 반값등록금 예산은 넣었다. 피케티의 경제모델이 한국에 맞느냐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지만 최소한 한국 교육에 대한 충고만은 귀담아들을 대목이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