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아래에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천막을 치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오늘로 다섯 달이고 농성은 두 달을 넘겼다. 유가족 농성장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가보면 통합진보당 당원 등 외부 사람이 더 많아 누가 주인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광화문광장에 14개의 천막이 쳐져 있으나 유가족이 설치한 것은 1개뿐이다.
농성이 장기화하면서 이들의 주장이 지나치다고 여기는 쪽에서 길 건너편에 천막을 치고 반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 등이 해온 단식 투쟁에 반대한다며 농성장 근처에서 도발적인 ‘폭식 투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다. 경찰이 지켜보고 있지만 찬반 세력 간 폭력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지 아슬아슬하다.
광화문광장에는 그동안 정치적 집회와 시위가 허용된 적이 없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을 시민들의 여가와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이 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규정대로 한다면 유가족의 천막은 철거돼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인도적 조치라는 이유로 유가족 천막을 제외한 나머지 천막을 제공했으니 천막을 철거하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광화문광장이 난장판이 되도록 방치한 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책임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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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이 조속히 합의되어 유가족 등이 단식 투쟁을 중단하면 가장 좋겠으나 그럴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에 손놓고 있을 일이 아니라, 관리자로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잘못된 선례가 만들어지면 나중에 고치기 어렵다. 지금이라도 광화문광장을 시민에게 돌려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