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담뱃값 2000원 인상을 발표한 11일 오후 점심시간 직후 서울 종로구 일대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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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안이 발표된 11일. 수입 담배를 취급하는 서울 남대문시장 상가 상인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양주나 외국산 과자를 판매하는 상가 내 상점들은 소위 '보따리 장사'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에서 들여온 외국 담배도 판매하고 있다. 한 상인은 "국산 담배 가격이 오르면 (외국 담배) 매출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반색했다. 이 곳에서 파는 수입 담배 가격은 한 갑당 4000~5000원 선이다.
반면 담배를 낱개로 파는 '가치담배' 판매상들은 울상이다. 서울 종로구 일대의 담배 가판대에서는 가치담배 1개비를 200원에 팔고 있다. 판매상 박모 씨(75)는 "담뱃값이 4500원으로 오르면 1개비에 500원은 받아야 한다"며 "많이 팔아야 하루 한 갑 파는데 이제 그마저도 팔기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담배를 팔아 생계를 유지하는 상인 뿐 아니라 시민들도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입장이 갈렸다. 시민단체도 잇따라 찬반 성명을 발표하면서 담뱃값 인상이 첨예한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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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나 학생, 노인 등 흡연율이 높고 경제력이 낮은 계층의 불만도 컸다. 퇴직자 김현수 씨(61)는 "나같이 할 일 없는 퇴직자들에게는 흡연이 유일한 낙"이라며 "스트레스를 풀려고 담배를 피우는데 이제는 담배를 피우면서 스트레스를 받게 생겼다"고 말했다.
육군 25사단에 근무하는 김모 병장(22)은 "지금은 예전과 달리 담배 보급이 없다"며 "월급 14만 원으로 담뱃값을 감당할 수 없으니 담배를 끊는 군인이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주부 정호정 씨(53·여)는 "아들이 담뱃값 인상 소식에 금연을 선언했다"며 "개인적으로 담뱃값 인상은 반가운 소식"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선 '사재기' 조짐도 보였다. 이날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담뱃값 인상 발표를 하루 앞둔 10일(대체공휴일) A편의점의 전체 담배 판매는 전주 같은 요일(9월 3일)보다 33.6% 늘었다. 보통 휴일에는 담배 판매량이 평일보다 떨어지지만 정부 발표가 예고되면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B편의점과 C편의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31.2%, 32.9% 담배 판매가 늘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사재기 현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A편의점 관계자는 "과거에도 담뱃값 인상 논란이 있었던 때에 판매량이 오르는 경우가 있었다. 아직까지는 국회 통과 절차가 남아있기 때문에 담배 판매량 증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담뱃값 인상의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장외 논쟁도 뜨겁다. 이날 한국담배소비자협회는 "정부가 국민건강이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담뱃값 인상은 결국 서민 증세"라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금연운동협의회는 "가격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금연 정책이라는 점은 세계보건기구도 인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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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