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자본 ‘제주 투자개방형 병원 사실상 포기’ 현지 부동산서 재차 확인
동아일보는 8월 30일 ‘정부 “국내 1호 투자개방형 병원 내달 승인” 발표 때 ‘中 산얼병원, 이미 사업 접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산얼병원이 사실상 한국 사업을 포기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복지부는 “산얼병원은 제주의 숙박업용 토지는 매각을 추진했지만 서귀포시 호근동의 병원 용지는 매각을 추진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해명은 본보 추가 취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 한국법인은 공시지가 22억 원 상당의 병원 용지를 이미 5월에 52억∼55억 원에 매물로 내놓았고 7월엔 매물 가격을 약 44억 원으로 낮추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게시물엔 산얼병원의 용지가 ‘올레7길 근처의 바다가 보이는 토지’로 소개돼 있다. 동아일보가 다음맵을 이용해 병원 용지(호근동 1551)의 스카이뷰(위성사진)를 검색해 보니 게시물 속 용지 사진과 일치했다.
게시물에는 병원 용지의 정확한 지번까지는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대해 게시물 작성자는 “지번까지 명시할 경우 공인중개사를 거치지 않고 땅 주인과 바로 거래할 수 있고, 매물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산얼병원이 비밀리에 땅을 매각하려 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제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은 “산얼병원이 중국 모법인의 자금 사정으로 제주도 땅을 시가보다 높게 팔고 한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제주 부동산중개업 관계자들은 본보 보도 이후 병원 용지 매각 관련 게시물을 대부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산얼병원의 용지 매각 추진 사실이 재차 확인되면서 정부가 제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제1호 투자개방형 병원을 무리하게 재추진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 것으로 보인다.
한 의료관광업계 관계자는 “복지부와 산얼병원이 파문을 축소하기 위해서 병원 용지를 매각하지 않은 것으로 말을 맞췄거나, 산얼병원의 거짓말을 정부가 검증 없이 그대로 믿은 결과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러한 논란이 계속되자 정부도 산얼병원의 승인을 불허하는 쪽으로 사실상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산얼병원이 사실상 국내 투자개방형 1호 병원으로서 병원을 운영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무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이진한 기자·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