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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교육부는 조희연 식 ‘자사고 죽이기’에 제동 걸어야

입력 | 2014-09-03 03:00:00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시내 자율형사립고 14개교를 평가한 결과 8개교가 기준 점수에 미달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고교는 경희고 배재고 세화고 숭문고 신일고 우신고 이대부고 중앙고이다. 이 학교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취임 이전에 이뤄진 1차 평가에서는 모두 기준 점수를 넘었으나 이후 실시한 2, 3차 평가에서는 ‘재지정 취소’에 해당하는 70점 미만을 받았다. 조 교육감이 처음부터 자사고를 없앤다는 결론을 내려놓고 평가 기준을 멋대로 바꿔 낮은 점수가 나오도록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점수가 미달된 자사고를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로 전환시킬 방침이어서 해당 학생과 학부모들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서 교육부는 “이번 평가는 교육감 재량권의 남용”이라며 교육청과의 협의 과정에서 취소 결정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다. 현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청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때 교육부와 협의하도록 돼 있다.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하다. 경기도의 자사고 가운데 탈락 점수를 받은 안산 동산고에 대해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은 교육부 권고를 받아들여 지정 취소를 철회한 바 있다. 조 교육감도 원칙 없는 ‘자사고 없애기’ 정책을 빨리 접고 순리로 풀어 나가야 한다.

조 교육감은 ‘일반고 살리기’를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다. 그러나 자사고를 없앤다고 일반고가 무조건 살아나진 않는다. 이번에 취소 대상에 오른 자사고 중에는 대학 진학률과 학교 만족도가 높은 학교가 적지 않다. 자사고 폐지는 공교육의 질을 더 떨어뜨리고 하향 평준화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되면 한 학교당 연간 25억∼30억 원씩의 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해야 하고 이와 별도로 연간 3억∼5억 원씩의 지원금을 줘야 한다. 8개 학교라면 연간 약 24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소요된다. 지금도 예산 부족에 시달리는 서울시교육청이 구체적인 예산 확보 방안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다.

조 교육감과 함께 친(親)전교조로 분류되는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의 자립형사립고 지정을 취소했지만 학교 측이 소송에서 승소해 자사고 지위를 되찾았다. 서울의 자사고들은 지정이 취소되면 소송도 불사할 판이다. 학교가 승소하더라도 학생과 학부모가 동요하고 신입생 지원이 줄어드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피해는 모두 학생과 지역사회에 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