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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박성원]교과서에서 사라진 ‘유관순 누나’

입력 | 2014-08-30 03:00:00


재단법인 시민방송은 지난해 1∼3월 민족문제연구소가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비판적으로 묘사한 다큐멘터리 ‘백년전쟁’을 방송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 다큐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만 인용하고 저속한 표현을 사용해 사실을 왜곡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관계자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은 시민방송이 방심위를 상대로 낸 제재 처분 취소소송에서 “‘백년전쟁’이 추측이나 과장, 단정적 표현 등으로 사실관계와 평가를 왜곡해 전직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그제 원고패소 판결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 가운데 금성 두산동아 미래엔 천재교육 등 4종이 일제 3·1운동을 기술하면서 유관순 열사를 다루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집필자들은 “전체적인 흐름이 중요하므로 국민이 다 아는 유관순을 쓰지 않았다”거나 “교과서 분량이 넉넉하지 않았다”고 변명한다. 일각의 주장처럼 유관순이 미국 선교사의 도움을 받았다든가 친일파가 발굴해낸 인물이라서 뺀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유관순은 고향 충남 천안에서 17세 나이로 3·1만세 시위를 주도했다가 붙잡혀 고문을 당한 뒤 감옥에서 숨졌다. 1947년 유관순기념사업회 발족 때 고문으로 서재필 이승만 김구 이시영 김규식 최현배 등이 참여했다. 같은 해 충남 병천 아우내장터에서 열린 유관순 외 21의사 기념비 제막식에선 김구 이시영이 추모사를 했다. 그러나 춘천교대 김정인 교수는 한 토론회에서 “유관순은 친일 경력이 있는 박인덕이 광복 후 발굴해 영웅으로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관순에 대한 기술이 없는 교과서들은 대부분 북한정권 수립을 긍정적으로 서술하고 이승만 박정희와 대한민국은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김일성 일족의 항일독립운동만을 기술하는 북한의 교과서엔 유관순이 당연히 들어있지 않다. 좌편향 교과서들이 북한 교과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국사교과서의 검인정 체제를 유지하더라도 유관순처럼 중요한 기술을 빠뜨리지 않도록 검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