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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法 의사 표현, 단식이 최선인가요?”

입력 | 2014-08-28 03:00:00

유행처럼 번진 단식… 갈등 증폭 우려
유가족 동조 단식 농성장만 24곳… 누리꾼 ‘얼음물 샤워’ 본떠 릴레이
보수단체 맞불단식… ‘폭식투쟁’도, “극단 행동, 대화 가능성 차단” 지적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 릴레이’가 유가족과 정치권, 가수, 영화인 등 유명 인사에 이어 일반 시민들에게도 급속도로 확산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서경석 목사(66), 노재봉 전 국무총리(78) 등 사회원로 인사 5180명은 27일 오후 여야가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재협상 결과를 야당과 유가족 측이 수용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는 단식 릴레이를 희화화하는 ‘단식 퍼포먼스’를 하거나 단식투쟁에 반대한다는 ‘폭식 투쟁’을 예고했다. 27일로 단식 45일째를 맞은 ‘유민 아빠’ 김영오 씨(47)가 촉발한 단식 농성이 점차 확산되며 국론이 분열되는 모양새다.

이날 낮 12시경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국민 단식장’이라는 팻말이 붙은 텐트에 10여 명이 앉아 있었다. 이 텐트 옆에는 단식 릴레이에 참여할 시민을 모집하는 부스가 마련돼 단식 신청을 받았다. 단식 접수를 마친 단원고 졸업생 최승원 씨(20·대학생)는 “이제까지 집회나 시위에 한 번도 참여하지 못해 늘 세월호 참사에 부채의식을 가져왔는데 유민 아빠에 대한 공격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최 씨는 단식투쟁이 지나치게 극단적인 수단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제까지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들이 얼마나 온건하게 해왔느냐”고 되물으며 “극단적인 정국이라 극단적인 방식이 필요한 것 같다”고 답했다.

온라인에서는 단식 릴레이에 참여하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고 있다. ‘동참합니다’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시민들이 유민 아빠를 응원하기 위해 단식에 참여하겠다는 글을 올리고 있다. 21일 개설된 이 페이지는 27일 오후 3시 기준으로 1794개의 ‘좋아요’를 기록한 상태다. 블로그와 트위터 등 다른 SNS에서는 인증 후기를 올리는 움직임이 있다. SNS에 단식 후기를 올린 한 누리꾼은 “김영오 씨가 쓰러진 게 계기가 돼 세월호 참사와 특별법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지려 하루 단식했다”면서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처럼 단식 후 3명을 지목하는 방식으로 주변 누리꾼들과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단식 릴레이를 시작한 21일부터 26일까지 6일 동안 온오프라인을 통해 단식에 참여하겠다며 지원한 인원이 2만5000명을 넘어섰다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정확한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전국에 광화문광장처럼 단식 농성장이 있는 곳은 25곳이다.

단식 릴레이에 참여하는 시민이 늘어나자 보수성향 시민단체는 맞불을 놓았다. 보수성향 시민단체 어버이연합은 광화문광장 건너편에서 25일부터 단식 릴레이를 비꼬는 ‘단식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보수성향 시민단체 자유대학생연합은 ‘28일부터 단식투쟁보다 1만 배는 더 위험한 폭식투쟁을 하겠다’는 글을 자신들의 비공개 페이스북에 공지하며 단식 릴레이 반대에 동참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단식은 극단적이지만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한 방법”이라고 전제한 뒤 “다만 극단적 방법을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 할 경우 사회적 설득력이 떨어져 결국 갈등이 증폭되고 결과 역시 사회적으로 만족스럽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며 우려를 표했다.

서경석 목사 등 사회원로들은 이날 5180명이 참여한 온라인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하며 “민간인에게 수사권, 기소권을 주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며 “민생법 통과와 국회 정상화가 절박하지만 나라를 무너뜨리면서까지 그 길로 갈 수는 없다. 여야가 합의한 재협상안은 반드시 수용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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