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는 누구의 바다인가’ 책 펴낸 불문학자 서정철 교수
서정철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동해 표기는 일본해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불문학자인 그는 지난 40년간 모은 고지도 180여 장을 2010년 서울역사박물관에 모두 기증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일본해가 아닌 동해가 맞다’는 학계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나왔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다룬 학술서는 거의 없었다. 사학이나 지리학 전공자가 아닌 불문학자가 책을 펴낸 것도 이례적이다.
서 교수는 일본해 표기가 독도 영유권 분쟁과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우익들이 “일본해에 떠 있는 섬이 일본 영토인 건 당연하다”는 논리로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인들이 일본해 명칭을 지도에 본격적으로 표기한 건 1905년 러일전쟁 직후로 역사가 불과 100여 년밖에 안 된다. 이에 비해 동해는 기원전 4세기경 나온 산해경과 같은 중국 고대 지리서에 이미 기록돼 있다.
불문학자인 그가 전공과 상관이 없는 동해 연구에 빠지게 된 계기가 뭘까. “프랑스 유학 시절이던 1966년 베르사유 궁에서 우연히 한반도 고지도를 본 게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프랑스어로 ‘Mer Orientale’(동해)이라고 적힌 걸 보고 사학이나 지리학을 전공하는 유학생들에게 알려줬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더군요.”
그는 한국외국어대 교수로 부임한 후인 1975년 다시 파리를 찾아 고지도 수집에 뛰어들었다. 서 교수는 “낮에는 전공인 불문학을, 밤에는 지도 연구를 병행하는 이중 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90년 동해연구회 창립멤버로 들어가 현재까지 활동하고 있다.
서 교수가 지난 40년간 사재를 털어 모은 자료는 고지도 180여 장, 고서 20여 권에 이른다. 이 중 1737년 프랑스 당빌이 만든 고지도와 1630년 네덜란드 블라외가 제작한 세계수로지도는 세계적으로 구하기 힘든 희귀본이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