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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홍대 맛집 10군데씩 도는 67세 회장님

입력 | 2014-08-12 03:00:00

신메뉴 고민하는 공재기 ‘에땅’ 회장




공재기 회장은 “최근 저가(低價) 피자 프랜차이즈가 많이 늘었지만 가격 경쟁력과 뛰어난 품질을 바탕으로 당당히 이길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홍대 맛집을 찾아 일주일에 10군데씩 둘러봐요. 재료와 서비스 등 숨은 인기 비결을 찾으려고 애씁니다. 남들이 따라하지 못하는 차별화 포인트만 있으면 불경기를 호경기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칠순에 가까운 나이에도 공재기 ㈜에땅 회장(67)은 매주 현장 맛집 탐방에 나선다. 입소문난 가게들로 코스를 짜서 음식을 먹어보고, 배울 만한 게 있는지 꼼꼼히 살펴보기 위해서다. 공 회장은 “현장에 가면 젊은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고, 그들이 부모가 돼도 꾸준히 소비할 만한 10년, 20년 지속 가능한 사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시작한 ‘피자에땅’ 역시 공 회장의 이 같은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한 시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1996년 5월 서울 영등포에 ‘피자에땅’ 1호점을 냈다. 하지만 개점 1년 6개월 만에 외환위기가 닥쳤다.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정말 어려웠던 그때 공 회장의 머릿속을 스쳐간 아이디어가 바로 피자 한 판을 사면 한 판을 덤으로 주는 ‘1+1’ 마케팅이었다.

“모두가 돈 한 푼이 아쉬운 시절이라 싼값에 온 가족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피자를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재료를 대량 구매해 원가 부담을 낮췄지요. 입소문이 나자 ‘피자공장’이라 불릴 정도로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습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아내와 아들, 딸 등 네 가족이 모두 달려들어 홀 서빙과 배달, 주방일을 했다. 공 회장은 오전 6시 반부터 나와 영업을 준비했고, 출퇴근 시간이면 지하철역에서 전단지를 손수 돌렸다. ‘1+1’ 피자는 당시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소비자들의 욕구와 맞아떨어져 그야말로 ‘대박’이 났다. 그렇게 키운 ‘피자에땅’의 전국 매장 수는 7월 말 현재 350여 개에 이른다.

피자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후 그는 치킨 프랜차이즈 ‘오븐에 빠진 닭’과 족발 전문점 ‘본능족(足)으로’, 프리미엄 분식점 ‘투핑거스’, 일본 가정식 체인 ‘돈돈부리’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현재 ㈜에땅이 가지고 있는 5개 브랜드의 전국 매장은 800여 개나 된다. 공 회장은 김밥 커피 파스타 등의 메뉴를 취급하는 새 브랜드 론칭도 앞두고 있다.

㈜에땅은 동남아 등 해외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국가에서 사업 제휴 제의가 들어와 진출 기회가 여러 번 있었다. “해외 진출로 회사 몸집이 커지는 건 당연히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그 전에 나를 믿고 따라와 준 국내 가맹점주들이 돈을 잘 벌 때까지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책임이 있습니다. 국내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하는 등 앞으로도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겁니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