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정리/세드릭 빌라니 지음·이세진 임선희 옮김/320쪽·1만6000원·해나무 佛수학자 빌라니의 자전에세이
아르키메데스의 얼굴이 새겨진 필즈상 메달의 앞면.
당최 무슨 소리인지 알기 힘드실 텐데요. 모르셔도 아무 상관 없습니다. 같은 수학자끼리도 분야가 다르면 이해하지 못하니까요.
필즈상을 받은 뒤 저에겐 인터뷰가 쏟아졌는데 대략 ‘어떻게 수학에 흥미를 갖게 됐냐’ ‘왜 프랑스인들이 수학에 뛰어난가’(2010년 현재 53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11명이 프랑스인) ‘최고의 수학자로 인정받았는데 어디서 연구의 원동력을 찾느냐’ ‘당신은 천재냐’ ‘당신의 거미는 무슨 의미를 담고 있나’라는 질문이 계속 나오더군요.
광고 로드중
‘수학자는 아마 존재하지도 않을 검은 고양이를 찾아 어두운 방을 더듬거리는 장님이다’라는 찰스 다윈의 말처럼 처음엔 정말 깜깜한 상태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 속에서 가냘픈 빛을 보면서 낙천적 희망을 버리지 않았죠. 란다우 감쇠는 히드라(머리 하나를 자르면 두 개가 생겨나는 그리스 신화 속 괴물)처럼 수많은 좌절을 안겨줬지만 저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내 마음은 싸우지 않고 이겨내리라’라는 프랑스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구를 반복하면서 말입니다.
수학자 세드릭 빌라니에겐 실크 스카프와 거미 브로치가 트레이드마크다. 브로치는 프랑스 리옹의 한 공방에 직접 주문해 만든다. 그가 좋아한다는 프랑스 가수 카트린 리베이로의 ‘축제의 날’을 들으며 이 책을 읽는 것도 방법이겠다. 해나무 제공
책의 3분의 1 정도는 난해한 수학 용어와 공식 때문에 아마 읽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만 해도 읽을 가치가 있답니다. 제 일상의 삶과 생각, 그리고 저명한 수학자들의 연구에 얽힌 에피소드들을 다양하게 보여 드리거든요.
8월 13일부터 신령한 호랑이의 나라 한국에서 세계수학자대회가 열리는데 제가 강연자 중 한 명입니다. 제가 출연한 영화 ‘왜 나는 수학을 싫어했는가’를 같이 보고 여러분과 직접 대화를 나눌 예정인데요, 수학엔 젬병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꼭 와 보세요.
광고 로드중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