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진기 ‘유다의 별’ - 송시우 ‘라일락 붉게 피던 집’ 등 잇달아 출간
황금가지는 현직 부장판사 출신 추리작가인 도진기의 ‘유다의 별’, 시공사는 신예 추리작가 송시우의 ‘라일락 붉게 피던 집’을 내놨다. 200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휘의 소설집 ‘눈보라 구슬’(작가정신)에서도 추리의 향취가 느껴진다.
그동안 주요 출판사들의 신간 목록에서 좀처럼 추리소설을 보기 어려웠다. 장르문학 자체가 국내에서 대접받지 못했고, 특히 한국 추리소설은 ‘뻔하다’는 편견 어린 시선을 받기 일쑤였다. 워낙 드라마틱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은 데서 추리소설 부진의 원인을 찾는 이도 있다.
하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한국 미스터리 작가 모임’을 주축으로 소속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입소문을 타면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훈민정음 살해사건’ ‘경성 탐정 이상’을 펴낸 김재희, ‘선암여고 탐정단: 방과 후의 미스터리’의 박하익, ‘더블’을 쓴 정해연, ‘하품은 맛있다’의 강지영 작가가 기대주로 꼽힌다. 시공사 박윤희 편집자는 “그동안 추리 쪽은 번역 소설 중심으로 출간해왔는데 이제 한국 추리작가들의 역량이 무르익었다. 1년에 두 권 정도는 꾸준히 낼 만한 토대가 됐다”고 말했다.
한국형 추리소설은 본격 탐정물보다는 리얼리즘 성향의 사회파 작품(송시우 박하익)과 이정명 김진명 작가 스타일의 역사 추리가 두 축을 이룬다는 점이 특징이다. ‘유다의 별’은 1920∼30년대에 실존한 사이비 종교집단 ‘백백교’를, ‘라일락…’은 1980년대 연탄가스 중독 사고를 소재로 삼았다. 김준혁 황금가지 주간은 “한국 독자들은 추리소설이라 해도 읽고 난 뒤 남는 게 없는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 측면에서 사회파와 역사 추리가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재미와 속도만을 추구하는 제임스 패터슨의 작품은 미국에서 초대형 베스트셀러이지만 국내에서는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반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는 역사를 알게 됐다는 만족감을 준다는 면이 하나의 성공 요인이었다고 출판계는 보고 있다.
국내 서가를 점령한 일본 추리소설은 다루지 않는 주제와 형식이 없다고 할 정도로 다양성을 자랑한다. 또 전반적인 정서가 비슷해 한국 독자들이 선호한다. 일본의 경우 사회적 문제가 이야기의 흐름에 녹아들어 있다면, 미국의 추리소설은 사회에 의해 개인이 입는 피해, 심리적 갈등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 많다. 마이클 코널리, 데니스 러헤인이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파 추리작가. 영국은 잭 리처 시리즈를 펴낸 리 차일드처럼 ‘셜록 홈스’로부터 이어진 정통 추리의 맥을 이어 천천히 진행되면서도 묵직한 주제의식을 지니는 작품을 내놓는다. 김 주간은 “미국형을 바탕으로 한국 고유의 정서가 더해진 작품이 근래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