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수사/허술한 검경] 시신발견 현장서 40∼50개 수거… 전북경찰-고대 의대팀 함께 분석
‘파리 번데기 껍질.’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정확한 사망 시각을 밝히기 위해 주목하고 있는 유력한 단서다. 전북지방경찰청 과학수사대(CSI)와 고려대 의대 박성환 교수팀은 27일부터 유 전 회장이 변사체로 발견된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매실밭에서 파리 번데기 껍질 40∼50개를 수거해 정밀 분석하고 있다. 유 전 회장의 시신에서 나온 파리 번데기 껍질의 상태를 통해 사망 시각을 추정하려는 것이다.
유 전 회장이 6월 12일 오전 9시 6분경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매실밭에서 발견될 당시 시신에는 구더기가 잔뜩 꼬여 있었다. 파리가 낳은 알에서 생겨난 구더기다. 파리는 사람이 사망하면 가장 먼저 달려드는 곤충이다. 시신 중 습기가 있는 곳을 찾아 알을 낳는데, 이 알은 구더기에서 번데기로 자란다. 번데기에서는 파리 성충이 껍질을 까고 나온다. 파리가 낳는 알이 성충으로 성장하는 데엔 종류와 기온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2주 정도 걸린다.
파리 알의 정확한 진화 시간을 유추하려면 정확한 기온과 습도를 알아야 한다. 경찰과 박 교수팀은 현장에 미국산 기상관측대 2대를 설치해 기온과 습도를 측정하고 있다. 전북경찰청 과학수사팀 현철호 검시관은 “지금 유 전 회장의 사망 시기를 알 수 있는 유일한 답은 곤충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순천=조동주 djc@donga.com·황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