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시티/수디르 벤카데시 지음/문희경 옮김/368쪽·1만6000원·어크로스
미국 뉴욕의 지하세계에선 떠돌아다녀야 한다. 한곳에 뿌리박지 않고 새로운 사람과 사업을 찾아 떠돌아다니다 필요에 의해 인연을 맺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바로 떠나는 식이다. 마약과 섹스를 중심으로 한 뉴욕의 지하경제 종사자들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면서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뉴욕의 빠른 변화에 적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동아일보 DB
나? 뉴욕에서 크랙 코카인 등을 파는 마약상. 키 190cm가 넘고 흑인이야. 그렇다고 총 들고 설치는 부류는 아냐. 어디까지나 원하는 사람에게만 점잖게 파는 ‘사업가’지. 이것도 쉬운 장사는 아냐. 일을 거들어주는 사람 대여섯 명에게 매달 1500달러씩 줘야 하기 때문에 한 달에 1만5000달러 이상 벌어야 사업을 유지할 수 있어. 그러려면 50∼75명의 고정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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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 출신 포주 아날리스
샤인이라고 했나요? 그에게 약을 좀 샀죠. 나? ‘브로커’예요. 중개 대상이 ‘성(性)’이고 부유층을 상대한다는 게 좀 다를 뿐. 원래 전혀 꿈꾸지 않았던 일이죠. 허영심 많은 여자들이 돈 많은 남자들을 잘 다루지 못하기에 조언을 해주다 보니 이 길로 빠졌어요. 생각보다 돈을 많이 벌 수 있던데요. 돈을 버니까 은행가인 아버지에게도 할 말 하게 되더라고. 내 밑에서 일하는 여자들 중엔 나처럼 부유한 집안에 예일대 같은 명문대 나온 친구도 있어요. 걔들은 한 달에 1만 달러 정도를 벌어요. 나도 좀 벌죠. 차곡차곡 모아 어느 선 이상이 되면 손을 털려고 해요. 심심풀이니까 오래할 생각은 없어요. 번 돈을 세탁도 할 겸 미술 갤러리를 해볼까 하는데….
#지은이 벤카데시
나? 인도계 미국인인 사회학자로 컬럼비아대에 있습니다. ‘괴짜 사회학’이란 책으로 좀 알려졌지요. 시카고 빈민가에서 10년간 갱단과 생활하며 연구한 내용을 쓴 책이에요. 시카고는 구역마다 사는 계층과 룰이 달라 확연히 구분되는 도시였지요. 컬럼비아대로 오면서 샤인을 소개받아 뉴욕을 탐구하기 시작했어요. 뉴욕은 완전히 달라요. 뉴욕의 지하세계는 필요에 따라 인맥을 만들었다가 필요가 없어지면 빨리 헤어지는 식이야. 지하세계에 산다고 게으르거나 부도덕하지도 않아요. 중산층이나 상류층 못지않게 근면성실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더구나 뉴욕의 속도와 경쟁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새로운 영역을 계속 개척해야 하죠. 샤인처럼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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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주택가서 신종 테마형 성매매업소 적발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